• “40여 년 전 미국 유학 당시 한 달 방값 80달러를 낼 돈이 없었는데, 은행에서조차 돈을 빌릴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2백 달러도 안 돼 케냐보다 가난한 나라 취급을 받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김승유(66)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마이크로 크레디트(미소금융) 확대와 함께 오는 12월 출범하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2005년 12월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그는 어려운 미국 유학생활에서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경험’이 무보수직인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당시 유대인 사회복지단체에서 제 학생증만 보고 5백 달러를 대출해주었는데, 이것이 미국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민간 차원에서 금융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미국 사회가 오래 유지됨을 알 수 있었고, 이후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우리 사회에 마이크로 크레디트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최근 경제위기에 따라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고 가계수지가 악화되는 등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민들에게 긴급 자금이 필요한 일들이 발생하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은 문턱이 높아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서민들을 위한 맞춤형 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로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 구축과 확대가 필요합니다.

     --미소금융재단의 탄생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활동이 몇몇 민간단체들에 의해 수행돼왔지만 전체 사업 규모가 작은 데다 사업자 수도 적고 서민들의 접근이 제한되는 등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한요인을 극복하고 저소득층의 자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미소금융재단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미소금융재단의 구성과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미소금융재단은 미소금융중앙재단(소액서민금융재단 확대 개편)과 지역별 미소금융법인들로 구성됩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전국 네트워크의 중추기구로서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정책 방향 결정, 사업 가이드라인 설정, 컨설팅, 교육, 통합관리 등 총괄기능을 수행합니다.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을 공개 모집하고 마이크로 크레디트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미소금융재단의 역할입니다.

     --앞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입니까.

    국내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성공 모델로 미소금융재단을 자리 잡게 하고 싶습니다. 지금 소액서민금융재단을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확대 개편하기 위한 정관 변경과 지역별 미소금융법인 설립을 유관 기관과 협의하는 등 한 걸음씩 출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소금융재단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자활 의지는 있으나 제도권 금융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 영세사업자, 저신용층에 대해 자활자금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계와 금융권의 미소금융사업 동참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기대되며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대거 활용함으로써 나눔과 봉사의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박경아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