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올해 안에 1000억원 규모로 지원사업 본궤도 오르며 대출 자격조건 완화
  • “잘 안 팔리네. 이걸 어쩌지….” 거리에 물건을 늘어놓은 채 한숨을 내쉬는 한 청년. 바쁘게 좌판 앞을 스쳐지나가는 행인들 가운데 눈길 한번 주는 이 없다. 그때, 반가운 그림자가 하나가 드리워진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한참을 물건들을 살펴보던 그림자의 주인공은 청년을 향해 말을 건넨다.

    “괜찮은 물건들이 많구만.”/ “감사합니다. 천천히 보세요.” / “저기, 그런데 말일세. 좌판을 좀 더 올려보면 어떻겠나. 눈높이에 맞게. 내려다보려니 너무 불편해서 말이야.” 행인의 그럴듯한 충고에 청년은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곧장 좌판의 높이를 조절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행인들의 시선이 좌판에 와 닿았으며,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한 것. 이윽고 물건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주위에 있던 다른 좌판 장수들도 경쟁적으로 좌판의 높이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8월 각 은행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들이 참석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개한 학창시절 자신의 일화다. 영세 상인들에게 자금의 흐름과 실질적인 창업 컨설팅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 일방적 '도움' 아닌, 본질적인 '자활'에 초점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Micro-Credit) ‘미소금융’은 서민들에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본질적인 자활을 도모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출시 2주 만에 1만3000여명에 1100억원을 대출한 ‘햇살론’과 민간 은행들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앞다퉈 출시한 ‘희망홀씨’ 등 사이에서도 최근 대출 자격조건을 완화와 지원 확대 등으로 '미소금융'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민들의 운영자금과 창업자금 지원에 일서 실로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 월등하다. 특히,지원 대상자 중 같은 조건으로 운영자금을 대출할 경우 미소금융은 햇살론보다 8%p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햇살론은 운영자금 금리가 10% 선에서 이뤄지는 반면, 미소금융은 2%에 불과하다. 임대보증금도 햇살론이 10.51%인데 반해, 미소금융은 4.5%로 6%p 낮다.

    지난해 12월 삼성미소금융재단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미소금융 사업이 출범한지 약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미소금융재단은 삼성이 미소금융 대출 재원을 2배로 늘려 600억원으로 키운 데 이어, 우리금융이 다음달 미소금융 지점 3곳을 더 만들기로 했으며, 포스코는  최종태 사장이 직접 포항지점을 찾아 대출상담을 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바야흐로 '본궤도'에 진입했다.

    ◆ 본궤도 오른 '미소금융'…무등록 사업자도 ‘대출’

    미소금융재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7월 말까지 전국 56개 지점에서 총 1824명에 151억2000만원의 혜택이 돌아갔다. 1인당 대출금액은 창업자금 1802만원과 기타 영업자금 620만원으로 평균 838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용도별로는 창업자금보다 무등록사업자금․운영자금 등 영업자금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창업․프랜차이즈는 315건이었으며, 기타 영업자금은 1509건을 기록했다.

    지점 확대 등 제도가 안착되어 감에 따라 대출 증가 추세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미소금융 대출기준 개선과 기업과 은행 재단이 각 재단별로 전통시장 상인, 용달사업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 대상의 특성화된 상품을 개발함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금융재단의 대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1월 7억4000만원이 대출된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17억5000만원, 3월 22억1000만원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성화 상품 개발 직후인 7월에는 42억2000만원으로 전월 대비 대출액이 두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르는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뒀다. 초반 과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 추진기반 확충..서민 자립 돕는다

    미소금융재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점 설립, 재단별 특성화된 미소금융상품의 개발, 민간 복지사업자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서민들의 자립을 돕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미소금융재단은 하반기 중 40여개를 설립하여 연내 100개 내외까지 확대 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기업·은행권 지점 30개와 지역지점 15개 추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점은 서민들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는 방향으로 설립할 방침이다. 전통시장 및 영세 소상공인 밀집지역 인근에 우선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 군소도시, 상대적 원격지 등을 중심으로 1인 출장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4일 ‘휴면예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운영비 부담을 경감하면서 지점 확대가 용이하도록 공공기관 사무실 무상임차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원스톱 통합정보시스템 및 찾아가는 서비스 ‘구축’

    저소득층 지원 사업의 각 지점 및 유관기관을 연결하는 ‘통합정보시스템’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와 신용정보 3사, 소상공인진흥원 등 다양한 유관기관의 금융거래 정보 등을 연개해 여러 기관에 걸쳐 유사한 목적의 자금을 신청하는 중복 신청자에 대해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지역재단 대출심사자가 상담에서부터 심사, 승인, 사후관리까지 동 시스템을 통해 ‘원스톱’ 처리로 미소금융 대출 지원업무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소희망봉사단원 등이 전통시장 등의 수요자를 직접 찾아가서 상담 및 대출신청을 받는 이동형 원스톱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SK미소금융재단은 지난 5월 24일부터 전통시장 현장상담·접수를 통해 지원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4월 16건에 불과했던 것이 5월 20건, 6월 44건으로 두배 넘게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탑차 및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전통시장 등 현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미소희망 봉사단', '전문인력 양성' 등 사업역량 강화

    미소금융 대상자들은 세무와 법률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기초지식 등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지난 6월 ‘미소희망봉사단’을 출범, 전문지식 및 영업노하우를 제공한다.

    활동분야로는 경영·법률·세무 컨설팅·교육훈련·마케팅 등의 전문분야를 비롯해, 각 분야의 기능·기술·영업 노하우를 전수받는 지식나눔, 직접 영업지원 등 일손을 공급하는 일손지원, 대달 등의 실질적 업무지원 총 네 가지로 나뉜다.

    지난 8월기준 미소금융수혜자는 전국적으로 약 1200여명에 달한다. 미국의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공공부문이나 시장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양질의 직업훈련 및 컨설팅 서비스를 미소금융이 사회적 약자층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재단은 금융연수원과 공동으로 전문인력 프로그램을 개발, 미소금융 전문지원인력 양성을 추진한다. 고객의 자활을 사전 관리하기 위한 전담검사역(RMㆍRelation Manager)제도는 직접 발품을 팔아 대출희망자의 창업현장을 둘러보는 등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고 자활 의지를 면밀히 평가하는 일종의 현장밀착형 상담사다.

    중앙재단은 금융기관 등에서 전ㆍ현직 RM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인력 풀을 구성한 뒤 전국의 주요 지점에서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해당 전문인력을 연결해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미소희망봉사단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며 올 하반기 주요대학 내 마이크로크레딧 학과목 과정을 개설해 본격적인 전문인력을 배출에 나선다.

    ◆ “신용등급 낮다고 불법 사금융 이용 마세요”

    정부가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과거 10년간 지원 규모의 13배가 넘는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엷어지고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서민층이 증가해 자활금융 수요가 커졌기 때문.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높은 이자부담과 불법 추심행위에 시달리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 그러나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은 낮아지지 않았으며 제도권 금융을 보완해줄 마이크로 크레디트 지원규모는 미미한 실정이었다.

    일부 민간단체와 공공기관이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지원규모는 1480억 원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여기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는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그 방편으로 ‘미소금융’ 사업이 출범했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쳐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선 ‘미소금융’. 미소금융재단은 “올해 안에 1000억원 지원을 목표로 추진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2월 ‘미소금융’ 출범에 앞서 “따뜻한 나라,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획기적인 방향의 전환을 이루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처럼 미소금융이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