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姜慶植, "김대중도 換亂(환란)의 한 책임자"  
     
     <몇 사람을 斷罪하면 다른 사람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마음 편히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겠지만...>
    趙甲濟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제부총리였던 姜慶植씨는 최근 펴낸 자신의 회고록('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김영사)에서 김대중씨(당시 대통령 후보, 당선자)를 비판하였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와 검찰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딴전을 부렸다고 직무유기죄로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김대중 총재가 한 일은 무엇인가? 금융개혁법안 국회통과 반대, 기아 처리 반대, IMF와 협상이 타결되자 재협상론 제기로 혼선을 초래한 것 이외에 건설적인 일을 한 것이 과연 무엇이 있는가?> 
     
     그는 외환위기의 본질은 경제파탄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였다고 주장하였다.
     <무엇보다 조기 졸업에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건실한 기초경제력(Fundamentals)이었다. 외환위기는 일시적 외환 부족에서 비롯된 단순한 유동성 위기였다. 이것이 경제 위기로 가게 된 것은 혼란스런 大選 정국과 위기 이후의 IMF의 고금리와 초긴축 재정 운영이라는 잘못된 정책 처방에서 빚어진 결과였다. 잘못된 처방을 그만두자 경제 위기는 곧바로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복원되었다. 그런 복원은 건실한 기초경제력으로 가능했다.
     2003년에 IMF에서 발간한 평가보고서의 제목은 'IMF와 최근 자본계정 위기'였다. 즉 實物 경제위기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기초경제력이 건실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태국처럼 되지 않는다고 국민을 기만했다는 터무니없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한국과 태국은 기초경제력이 다르다. 그러나 기초경제력은 튼튼하지만 부실채권이 문제다. 부실채권 정리와 금융개혁 등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하고 이를 게을리할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늘 함께 말했다(국회 본회의 속기록에는 나의 답변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姜慶植씨는 자신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내어놓았던 정책을 반대하였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자 그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였다고 비판하였다.
     
     <길게 말할 것 없이 1997년에 내가 편 정책이나 하고자 한 정책, 구조개혁 노력 중에 잘못되었다고 해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다음 그만둔 것이 무엇이 있는가? 딱 하나가 있다. 부도유예협약을 없앴다. 기아가 악용했기 때문에 어쨌건 보완이 필요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대신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했다. 또 하나가 있다. 기아가 和議(화의)신청을 했을 때 정치권을 비롯해 일부 언론 등 많은 사람들이 기아의 화의를 받아들이라고 내게 압력을 가했다. 그렇게 화의를 받아들이라고 앞장섰던 야당이 大選에서 승리하자 기아와 같은 대기업은 원천적으로 화의신청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1997년 한 해 동안 고심해서 마련한 여러 정책과 개혁법안들은 외환위기를 맞았을 경우에 곧바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미리 알고 준비한 것처럼 요긴하게 쓰였다. 외환위기를 당한 후에 “어떻게 했더라면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었는가?”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답은 간단하다. 외환위기 이후에 한 구조개혁을 1997년 이전에 미리 했더라면 외환위기는 없었다. 당초 내가 하려고 한 정책과 구조개혁을 그대로 실현했더라면 당시 금융시장 안정과 외환시장 안정에 가장 핵심 관건인 신뢰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姜慶植씨는 김대중씨도 換亂의 한 책임자라고 규정하였다.
     
     <이렇게 볼 때 換亂 主犯을 지목해야 한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금방 가려진다. 1997년에 추진하고자 한 구조개혁을 하지 못하게 한 사람들이야말로 換亂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綜金社(종금사)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해외영업을 하도록 하고 이들 종금사가 短期로 빌린 돈을 長期로 대출하는 위험한 영업을 무분별하게 하도록 방치한 사람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보, 기아 등 대기업 경영인들도 해외 금융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데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IMF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안정시켜야 할 금융시장을 오히려 요동치게 만든 사람, 대통령 선거 득표전략을 위해 IMF 재협상론을 들고 나온 김대중 후보, 창고가 비었다는 발언으로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빠뜨린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등도 책임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이렇게 짚어 가다 보면 책임이 없는 사람이 누구인가 짚어가는 쪽이 더 바르다.
     몇 사람을 단죄하면 다른 사람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마음 편히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앞날을 위해서는 도움보다는 害毒(해독)을 끼치는 일이 된다. 일이 있을 때마다 마녀사냥에만 몰두하면 무엇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누구’가 아니라 ‘무엇’을 찾아 밝히는 것이야 한다. ‘왜’를 찾고 ‘어떻게’에 지혜를 모으는 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