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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컨셉카와 수퍼카, 스포츠카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국내 출시를 눈앞에 둔 중대형 세단이나 소형 전기차는 실제 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제품들이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눈여겨볼만 한 차는 어떤 게 있을까.
쌍용 뉴 체어맨 H, 체어맨 W 서미트
코란도C로 부활 발판을 마련한 쌍용차는 서울모터쇼에 컨셉카와 함께 최고급세단 ‘뉴 체어맨 H’와 ‘체어맨 W 서미트’를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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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체어맨 H’는 3세대 모델로 인스투르먼트 패널(Instrument Panel)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각종 컨트롤 스위치도 운전자가 최대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상단에 배치했다. 또한 ▲ESS(Emergence Stop Signal), HSA(Hill Start Assist) 등을 보강한 ESP 시스템 ▲열선기능이 내장된 속도감응식 파워 스티어링휠 ▲차량 상태 및 각종 시스템을 볼 수 있는 DIS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슈퍼비전 클러스터 ▲앞좌석 통풍시트 등 안전 및 편의사양이 한층 강화됐다.
한편 새로 공개한 ‘체어맨 W 서미트’는 뒷좌석 편의장치가 대폭 보강됐다. 체어맨W와 같은 대형세단은 일반적으로 자가 운전용이 아니다. 쌍용차 관계자는 “쇼퍼 드리븐 세단의 특성에 맞게 뒷좌석이 발 받침대를 놓고 승객이 가장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일까. 지난 1일 김황식 총리가 서울모터쇼를 찾아 직접 앉아보기도 했다.
이렇게 변신한 ‘뉴체어맨 H’는 오는 5월 출시될 예정이다. ‘체어맨 W 서미트’ 또한 올해 내 출시할 예정이라고 쌍용차 측은 밝혔다.
한국시장 선점 노리는 닛산 전기차(ZEV) 리프(LEAF)
국산 전기차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건 ‘저속 차량’이기 때문이다. 최고 속도가 60km/h 남짓이라 ‘험한 시내도로’는 물론 ‘한강다리’도 건널 수 없다보니 실용성이 극히 떨어진다. 여기다 다른 차와 사고라도 나면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거 같은 디자인도 문제다. 그렇다고 국내에서는 ‘인증’도 못 받을 12만 달러짜리 테슬라 로드스터를 구입할 수도 없는 것.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닛산은 양산형 고속전기차 ‘리프(LEAF)’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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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를 본 사람은 이름이 ‘나뭇잎’인데다 작고 앙증맞은 크기라 ‘혹시 실내도 좁고, 힘이 약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실내에 직접 앉아보면, 웬만한 국산 중형세단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 게다가 가정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 힘도 좋다. 올해 초 美자동차 전문지인 <워즈 오토(WARD’S Auto)>는 ‘엔진’이 아닌 ‘파워트레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닛산 리프의 파워트레인을 선정했다.
리프의 파워트레인은 2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80kw급 AC동기형 모터와 AESC(Automotive Energy Supply Corporation)에서 제조한 배터리로 구성된다. 모터와 인버터는 모두 닛산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환산하면 107마력에 토크는 28.7kg.m를 발휘한다. 특히 전기차의 특성을 십분 살려 저·중속에서는 6기통 가솔린 엔진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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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리프는 출시도 되기 전에 이미 일본에서 6천대, 미국에서 2만대 사전 주문을 돌파했다. 미국에서는 작년 12월 11일 캘리포니아에서 1호차 전달을 시작으로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현재 시판 중이다. 미국 판매가는 3만2,780달러(한화 약 3,700만 원)이지만 정부 보조를 받으면 2만5,280달러까지 낮아져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이 차량이 국내에 출시되면 지금까지 LPG하이브리드를 내놓고 생색만 내던 현대·기아차 또한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국 중형차, 크라이슬러 200C
크라이슬러 300C는 각진 실루엣에 거대한 외관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럽게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200C는 이런 부담감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 200C는 미국에서는 중형으로 분류되는 5인승 대형세단이다. 지금까지의 미국차들과는 달리 전륜구동이다. 6기통 3.6리터 엔진은 최고 출력 283마력, 최대 토크 36kg.m를 뿜어낸다. 여기에 자동 6단 변속기를 달아 12.2km/l의 연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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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국차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정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리를 모두 2중 접합유리로 바꿨고 45가지 방음장치를 장착했다. 또한 ‘조롱거리’였던 부드러운 서스펜션(일명 ‘물침대 서스펜션’)은 곡선주행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게다가 미국차의 ‘장점’인 크루즈 콘트롤, 핸즈프리, 음성인식이 가능한 오디오, 30Gb용량의 HDD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편의장치도 대폭 강화했다.
크라이슬러 측은 이 정도 크기의 차량은 주로 가족용 세단임을 고려, 멀티스테이지 에어백과 사이드 커튼 에어백, 액티브 헤드 레스트, 유아용 시트 고정 장치 등의 안전장비를 기본 장착했다. 200C의 국내출시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300C의 가격이 4,000만 원대 후반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0만 원~4,000만 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세대의 스포티 세단, 포드 포커스
‘미국차는 무조건 큰 차만 만든다’는 선입견을 깨버린 것이 1998년 출시 이후 1,000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링 카 ‘포커스’다. 올해 10월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포커스는 그 성능에 고무돼 일반적인 세단과 해치백, WRC랠리에 특화된 RS 버전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 중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 모델은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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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글로벌 플랫폼’ 전략에 따라 생산된 포커스의 배기량은 2,000cc 이하. 그럼에도 실내공간은 아우디 A4보다 넓고 편의장치는 혼다 시빅이나 도요타 코롤라보다 더 많다. 컬러 LCD 스크린으로 차량의 상태를 보여주며, 센터페시아에는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마이 싱크(My Sync)’가 장착돼 있다. ‘마이 싱크’를 통해 USB나 아이팟, 아이폰의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여기다 초보운전자들이 항상 애를 먹는 평행주차, 후진주차 등을 돕는 ‘파크 어시스트 시스템’도 장착돼 있다.
여기다 ‘과격한 달리기’에 대비해 곡선주행 시 바퀴마다 토크를 다르게 전달하는 ‘토크 벡터링 콘트롤 시스템’도 장착했다. 이런 다양한 편의장치와 자동 변속기 장착, 민첩한 달리기 성능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15km/l 이상 수준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차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포커스가 출시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도시형 랜드로버 이보크
‘사막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랜드로버는 고급 SUV인 레인지로버 이름으로 CUV(Compact Utility Vehicle) ‘이보크’를 선보였다.
랜드로버 이보크는 2008년 9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 호평을 받은 컨셉카 LRX의 이미지를 기초로 한 양산형 모델이다. 이보크는 뉴 레인지로버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랜드로버 중 가장 작고 가벼우며, 가장 연비가 우수하다. 기존의 랜드로버들이 180cm 이상의 '큰 키'였던 반면 이보크는 160cm를 조금 넘는다. 반면 최저 지상고는 웬만한 SUV보다 더 높아 험로 주행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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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크는 2.0리터 4기통 엔진에 직분사, 터보차저, 트윈 가변밸브 타이밍 시스템을 적용, 최대 240마력의 출력을 뿜어낸다. 또한 기존 랜드로버 차량과는 달리 낮은 차체에다 ‘매그니라이드’ 연속 가변 댐퍼를 포함한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을 장착, SUV 운전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곡선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선보인다고 랜드로버 측은 밝혔다.
모터쇼 당시 분위기로 보자면, 향후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국내에 출시되면 기존 랜드로버 고객들, 특히 여성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급 스포츠세단 벤츠 CLS 63AMG
나이가 40대 이상이고, 자금 여유가 있으면서 평범한 세단이 싫다면 메르세데스 벤츠 CLS 63AMG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국내 자동차 매니아들로부터 이미 많은 관심을 근 CLS 63AMG는 고급 쿠페형 세단 CLS를 튜닝 전문업체인 AMG에서 손 본 것이다. 6.3리터급 AMG 엔진에 바이터보를 장착, 최고 출력 525마력, 최대 토크 71.4kg.m의 힘으로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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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앞모습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새로운 ‘수퍼카’ SLS AMG, 컨셉카 F700과도 닮아 기존의 CLS에 비해 훨씬 남성다워졌다. 편의장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정신없게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다. 연비 또한 10km/l를 넘는 수준으로 기존에 비해 32% 이상 개선되어 벤츠 S클래스를 구입하기에는 나이나 비용 등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비, 승차감 내세운 프랑스 대표세단 시트로엥 C5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트로엥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다. 현재는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의 주력사다. 이 시트로엥의 대표주자가 이번 모터쇼에 출품된 중형세단 C5다.
C5는 3.0리터 디젤엔진에서부터 2.0리터 가솔린 엔진까지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이 중 국내서 판매 예정인 모델은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 C5는 배기량이 작다 보니 달리기 성능은 미국차나 일본차, 독일차 등에 비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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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면을 갖고 있다. 우선 연비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뛰어나다. C5 2.0HDI 모델의 경우 15km/l를 훌쩍 넘는다. 그 다음 승차감이다. C5의 승차감은 타 차종과 경쟁이 어렵다고 할 정도다. 스스로 차체가 수평이 되도록 하는 ‘셀프 레벨링 기능’, 비포장도로나 높은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고속 주행할 때, 일반 주행할 때에 따라 차고를 최대 90mm까지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는 ‘하이드렉티브 3플러스’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서스펜션은 ‘하이드롤릭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있다.
가족용 세단으로, 고속 주행할 일이 적고 무엇보다 승차감과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시트로엥 C5만한 차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