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채권 가격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데 베팅해 큰 돈을 벌었던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 채권에도 투자해 수억 달러의 수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폴슨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폴슨앤코는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자 이 회사의 부채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사들였다.

    당시는 파산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자산을 헐값에라도 넘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시점이었으며 폴슨은 위기가 잦아들면 부실 자산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리먼 브라더스의 자산 매입을 시작했다.

    폴슨은 이후 2년 반 동안 1천800차례에 걸쳐 리먼 브라더스의 자산 7억 달러 어치를 인수했다. 자산 평가액 1달러에 대한 실제 매입 가격은 13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자산 가격은 형편없이 떨어져 있었다.

    현재 부실자산의 정리가 대략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뉴욕의 연방파산 법인과 WSJ가 지금까지 공개된 투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폴슨 펀드는 3억5천만 달러에서 7억2천600만 달러 가량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폴슨은 부실 자산 인수에 전형적인 투자방식을 택했다.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채권을 매입한 뒤 파산법인에 채권자로서 권리를 주장해 최대한 많은 자금을 상환받는 것이다.

    폴슨 펀드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헤지펀드 올 크리크 에셋 매니지펀드 역시 리먼의 부실 자산을 인수해 7천1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폴슨은 현재 파산법원 측과 리먼의 자산 평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자산의 가치는 평가액 1달러당 25센트 정도까지 올려 놓은 상태다.

    월가 투자자들이 이처럼 망한 기업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리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나 연기금, 제조업체 등은 리먼이 파산하기 이전에 이 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됐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등은 리먼의 채권을 매입했지만, 이 회사가 망하기 수년 전에 액면가를 다 주고 산 것들이어서 청산이 이루어질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