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가스당국 "프로젝트 로드맵 곧 서명" 합의러' 국영 가스프롬 북한 설득에도 적극 나서
  •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공급하는 프로젝트와 관련한 해당국들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부사장 알렉산드르 아나넨코프와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사장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5일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에서 회담을 열고 러시아산 가스의 한국 공급 프로젝트와 관련한 '로드맵(roadmap)'에 조만간 서명하기로 합의했다고 가스프롬 공보실이 이날 밝혔다.

    가스프롬과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가스 협력 프로젝트의 단계별 사업 일정을 명시한 로드맵에 서명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었다.

    양측은 2008년 9월 매년 최소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후 협상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러시아산 가스의 한국 수송을 위해 가장 경제적인 방안으로 평가되는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 건설 논의가 북핵 문제 등에 걸려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러시아가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북한을 설득하는데 적극 나서면서 새로운 전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몇달 사이 러시아와 북한 인사들 간 접촉이 잦아진 것도 가스관 부설 프로젝트 논의와 연관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5월 중순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미하일 프라드코프가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다.

    6월 말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김 위원장의 방문은 무산됐지만 만일 러-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지원 등을 포함한 경제협력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또 6월 28일에는 김영재 주러 북한 대사가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가스프롬 본사를 방문해 에너지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7월 4일 아나넨코프 부사장이 이끄는 가스프롬 대표단이 사흘간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강석주 내각 부총리를 만나고, 김희영 원유공업상과 실무회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나넨코프 부사장의 방북도 가스관 부설과 관련한 구체적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러시아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한-러 에너지 협력 프로젝트에 정통한 모스크바 전문가는 5일 "가스프롬과 한국가스공사 대표단 회의에서 아나넨코프 부사장이 한국 측에 지난 7월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서둘러 추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전문가는 러시아가 일정한 경제적 지원과 통과 수수료 지불 등을 대가로 가스관 부설을 허용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데 성공할 경우 러시아산 가스의 한국 공급 프로젝트가 의외로 빠르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가스관 프로젝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