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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박원순의 재건축 개발 정책은 뭔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권도엽 국토부장관이 ‘서울시 재건축’ 문제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 부동산 심리가 요동치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은 ‘재건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던 박 시장의 당선부터 예고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박 시장이 급격한 부동산 시장 냉각에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도 '두루뭉술한' 견해로 비판 받기도 했다. 권 장관이 이례적으로 박 시장에게 지적을 한 것도 최근 부동산 시장의 정책에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조짐을 서울시에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 격돌, 박원순 vs 권도엽
박 시장과 권 장관의 충돌의 단초는 24일 서울시가 마련한 긴급 기자브리핑이었다.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재건축 수익률이 워낙 낮아 시장 자체가 침체돼 스스로 속도조절을 하는 상황이지 정책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항간의 불안한 시선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이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내질러버린 문 부시장의 발언이 공방의 ‘씨앗’이 됐다. 그는 “개포지구 재건축안이 보류된 것은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충분히 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재건축은 공공성에 중점을 두면서 임대주택을 단지 내에 적절히 배치하고 녹지와 주민편의 시설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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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언은 “강남권을 겨냥해 앞으로 임대 비율과 녹지율 등을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권 장관까지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권 장관은 다음날인 25일 과천 국토부 청사를 찾아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시장의 주택정책은 결국 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낸다. 이건 친서민정책이 아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었다.
그는 “서울시 인구 1천만명을 수용하려면 주택 500만호가 필요한데 작년 기준 주택수는 340만호에 불과하다”며 박 시장의 ‘재건축 속도조절론’에 물음표를 붙였다. 권 장관 발언이 전해지자 박 시장은 발끈했다. 시의회에 출석하고 있던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권 장관의 발언…염치가 먼저입니다. 그게 상식이지요”라고 썼다. 문승국 부시장은 “현재 주택시장 침체는 정부 정책의 결과인데 정부 책임자가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장을 나무라는 것이 염치없는 일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서울시는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이날 오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어제 발표한 내용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강제로 속도조절하고 있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공성 비율을 높인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으며, 녹지율은 그대로다. 권 장관께서 오해를 하신 모양”이라고 문제된 부분은 일축했다.
◆ 오락가락 서울시, 얼어붙은 재건축 시장
서울시가 공공성 비율에 대해 한발 물러나긴 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박 시장의 정책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불안감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하지 않은 박 시장의 재건축에 대한 입장이다.
공공성을 강조하고 녹지와 주민 편의시설도 확보하면서도 임대주택을 비롯한 주택 공급량은 더 늘리겠다는 서울시 발표의 ‘이중성’이 그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주택 상황에서 서울시의 말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얘기다. 결국 부동산 시장은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을 ‘경제성보다 공공성에 치중하겠다’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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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재건축 시장은 극도로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시장 재보선이 있었던 10월 26일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아파트 시가 총액은 76조1,004억원. 그러나 11월 23일에는 75조3,554억원으로 한달 새 7,450억원이 사라졌다.
부동산114 분석결과를 봐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10월 마지막 주에서 11월 19일까지 강남구 재건축 집값은 한 달 새 1.49%나 급락했다. 대치동, 잠실동 가릴 것 없이 평균 5,000만원씩은 떨어진 셈이다. 서울 전체를 살펴봐도 평균 0.68% 하락폭이다.
일선 중개업소에선 벌써 “박 시장 취임 이후 그나마 있던 급매물 거래까지 모두 사라졌다.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정치 싸움에 주민들만 ‘죽을 맛’
박 시장과 권 장관이 지향하는 주택정책의 목표가 다른 것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친서민 주택정책을 지향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박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등 전면 철거 형태의 주거 정비를 반대하고 있고, 권 장관은 이를 ‘효과적’으로 보고 있다.
결국 주택공급 확대 등 ‘성장’을 강조하는 현 정부를 대변하는 권 장관과 녹지공간 확보 등 ‘복지’를 우선시하는 진보세력의 박 시장의 주택정책 철학의 차이가 맞붙은 ‘정치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냉정했다. 박 시장이 공공성을 주장하기 이전에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정보업체 한 연구원은 “권 장관의 주장처럼 주택을 무조건 많이 공급한다고 해서 주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박 시장이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박 시장이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로 현 정부보다 나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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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도대체 사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재건축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빨리 결론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임대주택 8만호를 건설하겠다는 박 시장의 공약의 현실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는 국토부 입장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그렇게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안정의 핵심은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첫째다. 서울시가 박 시장 개인의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을 부동산 정책에 대입하는 실험을 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