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만 하러 동대문시장 간다는 것은 옛말.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동대문시장은 오래 전부터 먹자골목이 형성됐다. 항시 사람이 모이는 곳엔 음식이 발전하기 마련이기에.
그것도 밤낮 없이 시장을 찾는 포목상(현재는 옷 가게 상인)들이 많다 보니 이들의 허기를 달래줄 음식들로 골목이 생겨났을 정도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쩍 늘어나 먹자골목에서 한식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
동대문역에서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전태일 다리가 보인다. 여기서 우측으로 나오면 조그만 골목이 나온다. 세월이 묻어있는 간판들로 쭉~ 늘어선 이곳이 바로 ‘먹자 골목’이다.
좁은 골목을 휘 둘러보면 일본인 관광객들이 길게 늘어선 집이 있다. 동대문을 찾는 일본인들에게는 이미 필수 코스가 된 닭한마리 집이다.
-
시조명동 닭한마리 가게에 들어서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큰 양동이를 내온다.
닭을 우려낸 뽀얀 국물에는 닭과 파, 감자, 떡 등이 들어가 있다.
잘 익은 닭은 특제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부추를 송송 썰어 식초와 간장, 다대기 양념을 넣은 것으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닭에 톡 쏘는 맛을 더해준다. 닭한마리 가격은 18,000원.
명동 닭한마리 강희숙(58) 사장은 “쇼핑 하러 온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라고 강 사장은 설명했다.
맞은편에 생선구이 집도 보인다. 입구에서 생선을 가득히 쌓아놓고 구워내니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와 지글지글 굽는 소리에 절로 발길이 멈춘다.
생선은 고등어와 꽁치, 삼치, 굴비 등으로 가지 수도 다양하다. 취향에 맞는 생선을 고르면 된다. 가장 인기메뉴는 고등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침을 꿀떡 삼킬 정도로 입맛을 자극한다.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한 젓가락을 뜯으면 뽀얀 살이 나온다. 기름이 적당이 배어 자르르 윤기가 흐르는 살덩어리를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으면 그만이다.
생선백반은 6,000원. 푸짐한 생선과 수북한 밥공기는 우리네 할머니가 차려주는 푸근한 밥상을 연상케 한다.
즐비한 생선구이 가게 사이에서 불고기를 구워내는 집이 눈에 띈다. 숯불에 고기를 얹어 구워내니 이 달달한 냄새 또한 식욕을 돋군다.
-
최근에는 불고기라고 하면 국물이 자작자작한 것을 연상하다. 하지만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숯불을 피워 조그만 철판에 소고기를 굽던 것이 불고기였다. 먹자골목에서 유명한 광릉불고기집 역시 전통 방식인 직화구이를 사용한다.
고기를 간장 양념에 오래 재지 않아 은은한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불향이 더해져 담백하다.
불고기는 돼지와 소 두 가지 고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잘 팔리는 것은 돼지불고기다. 아무래도 지방이 살짝 구워져 내는 맛이 소고기보다 고소하기 때문이다. 가격은 1인분(200g)에 7,000원.
골목통에는 굴국밥집도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바글바글 끓여 나오는 굴국밥이 대세다. 밥과 굴, 부추를 가득 올려 한입 먹으면 여기저기서 ‘시원하다~’는 탄성이 쏟아진다. 싱싱한 굴과 부추의 향이 어우러져 굴국밥 특유의 맛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깍두기도 하나 얹어서 먹으면 시큼함이 더해져 해장으로는 최고다.
굴이 들어가서 비릿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굴국밥 한 숟가락을 뜨고 나면 걱정이 싹 사라진다. 하얀 국물이지만 그 맛은 칼칼하고 시원하다. 굴국밥은 한 그릇에 5,500원이다.
취재= 박모금 기자 / 사진=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