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사업본부 신설"독립 운영… 성장 극대화”지난해 매출 4조 넘어서관련 인력 대거 채용·글로벌 법인 설립데이터센터 냉각시설 수요 급증 전망
  • ▲ LG전자의 초대형 냉방기 ‘칠러’ⓒLG전자
    ▲ LG전자의 초대형 냉방기 ‘칠러’ⓒLG전자
    LG전자가 냉난방 공조(HVAC) 사업을 별도 분리해 집중 육성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외부 공기로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칠러의 수요가 지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서다. 이를 통해 실적 상고하저 패턴을 벗어나 지속 가능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기존 H&A 본부에 속해있던 냉난방 공조와 BS 부문에 속해있던 전기차 충전(EV Charger)을 분리해 별도 사업본부로 만들었다. 사업본부장은 기존 에어솔루션사업부장을 이끌던 이재성 부사장이 맡는다. 

    LG전자는 “수주 기반으로 운영되는 HVAC 사업의 본질과 시장 및 고객 특성을 고려할 때 생활가전 사업과는 분리된 독립 사업본부로 운영하는 것이 사업의 미래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 극대화에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본부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클린테크 분야에서 기업간거래(B2B)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냉난방 공조 사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한 LG전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가 4대 사업부의 명칭을 변경·신설한 것은 약 10년 만이다. 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관리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크다는 말이다. 

    HVAC는 난방, 환기, 공기 조화 장비를 일컬는 말로 버려지는 열원(냉·온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 친환경 고효율 냉난방 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968년 국내 최초 가정용 에어컨 생산을 시작으로 1998년 국내 최초 시스템 에어컨을 생산하는 등 대한민국 공조시장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8년에는 세계 최초 에어컨 누적판매 1억대를 달성하며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1년에는 LS엠트론으로부터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 설비를 말한다. 주로 대형 건물이나 공장 등 산업시설에 설치된다. 이후 가정용·상업용 에어컨뿐만 아니라 중앙공조식 칠러, 원전용 칠러, 빌딩관리솔루션(BMS) 등을 아우르는 풀 라인업을 확보했다.

    지난해 7월 ‘2030 미래비전’을 발표하며 B2B 사업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키겠다 밝힌 후부터는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로 지목된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용도로도 사용돼 앞으로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규모는 584억달러로 추정되며, 2028년 610억달러 규모로 매년 0.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HVAC는 올해들어 몇 차례에 걸쳐 엔지니어와 같은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했으며, 3분기에는 브라질에 칠러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입지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노력에 힘입어 LG전자의 HVAC는 지난달 북미 친환경 건축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매체 그린빌더미디어가 발표한 지속가능 브랜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형 빌딩에 설치되는 칠러의 특성에 따라 캐리어 등 미국 기업들이 100년 넘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성한 유의미한 성과다. 

    시장에서는 향후 HVAC가 LG전자의 체질을 개선할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실적발표에서 별도로 HVAC 매출을 공개하고 있진 않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HVAC 매출을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LG전자는 “H&A 본부에서는 HVAC 매출 비중은 약 25%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면서 “RAC와 헤어케어 제품으로 구성된 B2C 사업 매출 비중이 45%, 시스템 에어컨과 칠러 중심의 B2B 사업은 55%의 비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H&A 본부의 3분기 매출이 8조3376억원이었던 점을 감악하면 HVAC 매출은 2조원 이상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 가전은 연평균 30% 매출 성장을 나타내는 냉난방공조와 구독가전 등 가전 신사업 확대 영향으로 올해 이들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전체 가전 영업이익의 35%를 차지할 전망”이라면서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50%가 냉각용 전력에 사용되어 전력 효율화 중요성이 부각되며 칠러를 포함한 냉각 시스템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는 LG전자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