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 속 정부 `주주권 행사' 주목
  • 국민연금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국내 대기업과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계속 늘려가면서 `경영권 견제'에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정부가 3월에 시작되는 12월 결산사 주주총회부터 국민연금 지분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통운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과 이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이사선임에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과도하게 겸임을 하고 있다며 CJ그룹에 인수된 대한통운의 사내이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공시를 통해 `의결권 행사지침' 세부기준에 따라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결국 정관변경은 원안대로 통과됐고, 이사선임도 효력발생 조건을 달아 수정결의 돼 국민연금의 반대가 주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업고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도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위원장은 지난해 5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시행 시기에 관해 "주요 기업 주총 시즌인 오는 3월부터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시 "국가재정법과 민법 등에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이미 허용하는 만큼 그냥 하면 되는 것"이라며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 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파견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도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같은 주주권 행사 필요성 언급에 대해 재계는 "연기금의 경영권 간섭은 기업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반발해왔다.

    국민연금이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무더기로 밝힌 지분율 확대 공시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5.00%에서 6.00%로 1%포인트 늘린 것을 비롯해, 포스코, LG화학, SK이노베이션, KT, 하나금융지주 등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주요 기업들의 주식을 대규모로 추가 매입했다.

    이미 포스코, KT, 하나금융지주 등의 최대주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주식투자 목표비중을 지난해 18.0%에서 19.3%로 확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62조6천126억원(지난해 10월 말 기준)을 투자하고 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확대하면 당연히 발언권도 강화할 수 있다. 그동안 주주권 행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투자한 기업이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결탁해 대주주를 견제하지 못하는 것은 외부 기관 투자가가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유일하게 주주권 행사를 기대할만한 곳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독립해 원칙과 지침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하고, 내역을 공시해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