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액주주와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합세해 57년된 삼천리그룹의 대표기업 ㈜삼천리와 경영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소액주주들이 외국인 기관투자자와 공동으로 국내 재벌기업을 상대로 주주 권리찾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삼천리의 소액주주들과 서울인베스트 등에 따르면 삼천리의 소액주주 강형국 씨 등 3인과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헌터홀자산운용은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표이사의 해임과 이사선임, 유상감자 등 9건의 주주제안을 발의했다.

    소액주주대표 강형국씨는 "삼천리가 지난 10년간 4배의 외형성장에도 주가가 8년전 수준에 머무는 것은 경영진이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임에 가까운 일련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준호 대표이사의 이사직 해임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삼천리의 지분 1%를 보유한 강씨는 바우포스트(10.98%), 헌터홀자산운용(7.0%), 트위디브라운(2.9%) 등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주제안에 동참을 제의했고, 이들 중 헌터홀자산운용과 바우포스트는 동참의사를 표시했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트위디브라운은 '가치투자의 전설'로 불리우는 운용사다. 주주권리 찾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소액주주들은 내다봤다.

    이들이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2009년 12월 1일 이뤄진 계열사 삼탄 지분의 헐값매각이다.

    당시 삼천리는 삼탄 보통주 29만6천429주(10.2%)를 삼탄측의 유상감자를 통해 1천408억원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헐값매각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10~20%씩 하향조정했었다.

    삼성증권은 당시 보고서에서 "삼천리는 장부가 818억원의 삼탄 지분 소각 결정으로 590억원의 처분이익이 생긴다. 그러나 전분기까지 삼천리 이익의 25.5%가 삼탄의 지분법이익이었고 삼탄의 순이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분이 PER 5~6배 수준에서 처분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삼천리가 이 그룹 이만득 회장의 장녀와 차녀가 운영하는 음식점 Chai797에 자금을 대기 위해 계열사 SL&C에 150억원을 증자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골프장에 투자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천리는 작년 4분기에 123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기준 주가수익비율이(PER)이 4.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로 동일 유틸리티 업종 중 가장 낮다. 삼천리의 매출액은 2007년 1조9천억원, 2008년 2조950억원, 2009년 2조3천30억원, 2010년 2조6천380억원으로 계속 늘었지만, 주가는 2007년 24만8천원에서 14일 현재 9만4천300원으로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기관 중 삼천리 지분은 국민연금(1.67%), 신영자산운용(2.53%), 하이자산운용(4.94%) 등이 갖고 있다. 장하성 펀드 운용사로 유명한 라자드코리아도 2.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기관도 삼천리의 주가가 기업의 성장과 반대로 움직였는데다 배당액이 적었기 때문에 소액주주와 외국 기관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소액주주측에서는 평가했다.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은 강형국 대표를 필두로한 소액주주(1%)와 외국인(20.88%)의 연합진영 대 대주주와 경영진으로 이뤄진 내부지분(31.5%)간 대결이 될 것이다. 국내기관이 소액주주측에 합류한다면 지분이 33.72%로 대주주와 경영진 지분 31.5%를 넘어서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