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명물’ 홍익문고 재개발 주민들이 막아“그 자리에 커피숍 안될 말”... 서대문구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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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신촌 홍익문고가 주민들의 힘으로 살아났다. ⓒ 이종현 기자
    ▲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신촌 홍익문고가 주민들의 힘으로 살아났다. ⓒ 이종현 기자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신촌 홍익문고가 주민들의 힘으로 살아났다.


홍익문고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1960년 문을 연 이래 50여 년 동안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신촌 주변 대학생 사이에서 지식창고 역할을 해왔다.

홍익문고의 존폐위기는 지난 5월 서대문구청이 홍익문고 건물 부지 일대를 신촌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이 재개발 계획에 따르면, 홍익문고 자리에는 최대 100m 높이의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홍익문고가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약 30억원의 건물 신축비용을 부담해야한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홍익문고에게 재개발 소식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홍익문고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주민과 학생, 시민단체 등 74개 단체 5,000 여 명이 참여해 ‘홍익문고지키기 주민모임’을 결성했다.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은 서대문구청을 찾아 의견서를 전달하고 구의원들에게 전화로 수차례 항의했다.

홍익문고지키기 주민모임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익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익문고를 존치시켜줄 것을 서울시와 서대문구에 촉구했다.

이에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달 27일 “홍익문고 폐점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홍익문고의 역사성, 상징성 등을 고려해 홍익문고를 재개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신촌 홍익문고가 주민들의 힘으로 살아났다. ⓒ 이종현 기자
    ▲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신촌 홍익문고가 주민들의 힘으로 살아났다. ⓒ 이종현 기자


    홍익문고가 재개발 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 뒤 논란이 일자 구청이 곧바로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서대문구민과 신촌을 찾는 주민, 대학생들에게 마지막 남은 문화의 보루와도 같은 홍익문고를 재개발 대상으로 삼은 발상은 구시대적인 개발 논리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서대문구는 오랫동안 이어온 문화공간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창조적인 정책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양리리 홍익문고지키기 주민모임 대표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김나란 학생은 “홍익문고가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면 1층에는 커피숍, 2층에는 피자가게가 똑같이 들어설 것이고 아무 의미 없는 상업시설이 될 것이다”며 “과연 이게 대학가가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여론이 들끓자 서대문구의회 측에서는 홍익문고 존치 가능성을 밝혔다.

    “홍익문고는 서대문구와 신촌의 명소다.
    대기업에 밀려서 중소 책방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추억이 많이 서려 있는 홍익문고를 보존하지 못하는 자체가 굉장히 큰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홍익문고 우측의 큰 빌딩이 재개발 구역에서 빠졌는데, 그 건물과 묶어서 나란히 있으면 미관상 나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다.”
      -김호진 서대문구의회 재정건설위원장


    이처럼 서점과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은 결과, 서대문구청에서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홍익문고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양 대표는 “개발보다 지역서점의 가치를 인정해준 서대문구에 감사하다"면서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나와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님이 3년 전 별세하시면서 100년을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에 여러 일을 겪으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사람들이다.
    지역민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눈이 넓어져 옆에 이웃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역에 자리한 동네 서점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홍익문고가 살아남게 되면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거나, 서점 5층의 사무실을 아예 지역 주민들의 모임 장소로 개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홍익문고 박세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