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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성능’을 표방하는 영국 신사의 차 재규어와 ‘길이 필요없다’는 말까지 듣는 랜드로버도 2013 서울모터쇼에서 한국 시장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국적만 인도로 바뀐 ‘영국혈통’이다. -
재규어는 이번 모터쇼에 XJ, XF, XKR 등 기존의 모델과 함께 신차 F타입과 ‘전설적인 스포츠카’ E타입 77모델을 영국 본사에서 공수해 왔다.
재규어 F타입은 출시되기 3년 전부터 주목을 끌었던 모델이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컨셉카 ‘C-X16’을 베이스로 한 로드스터(2인승 컨버터블) 모델이다. -
재규어는 BMW의 Z4, 아우디의 TTS, 벤츠의 SLK, 포르쉐의 박스터 등을 따라잡을 모델로 준비했다고 한다.
F타입은 과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는 별명을 얻은, 전설적인 스포츠카 E타입과 자사가 자랑하는 GT카 XK의 DNA를 F타입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F타입은 길이 4,470mm, 폭 1,923mm, 높이 1,296mm(V8 S 타입은 1,319mm)로 기존의 재규어 스포츠카보다 작다. -
때문인지 6기통 3.0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한 F타입을 베이스로 성능을 강화한 F타입 S, 8기통 5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한 F타입 V8 S 등 세 가지 트림으로 출시한다.
3.0리터 기본 모델은 340마력/6,500rpm, 45.9kg.m/3,500~5,000rpm의 출력을, S모델은 380마력/6,500rpm, 46.9kg.m/3,500~5,000rpm의 출력을 뿜어낸다.
V8 S모델은 495마력/6,500rpm, 63.8kg.m/2,500~5,500rpm의 출력으로 0-100km/h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4.3초에 불과하다. -
이 모델들에는 모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덕분에 기존의 재규어 스포츠카들보다 연비가 좋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었다.
F타입은 경쟁차종들과 다른 점이 몇 가지 눈에 띤다. 최근 컨버터블의 대부분이 하드탑을 사용하지만 재규어는 F타입에 소프트탑을 썼다. 그러나 탑에 ‘신슐레이트’ 소재를 적용해 단열, 방음효과가 뛰어나다.
50km/h 이하에서는 달릴 때도 톱을 개방할 수 있다. 지붕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2초로 경쟁차종들 중에는 가장 빠르다.
F타입은 기존의 GT카 XKR-S보다 시트 높이를 20mm 낮춰 스포츠 주행의 느낌을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보기에는 차체가 낮아진 것 같아도 서스펜션 세팅 덕분에 일반 도로에서도 편하게 주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스포츠카 매니아들을 위해 F타입 S와 F타입 V8 S에는 ‘액티브 가변 배기시스템’을 장착, ‘자동차의 소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스펜션에는 ‘어댑티브 다이나믹스 시스템’을 달아 차체가 휘청거릴 조짐을 보이면 초당 500번 댐퍼를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국내 출시 가격은 1억400만 원부터 1억6천만 원까지로 잠정 결정됐다고 한다. -
이 F타입 옆에는 한국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E타입이 전시돼 있다.
E타입은 재규어의 대명사로 꼽힐 만큼 유명한 로드스터다. -
1961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된 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페라리의 창업자 ‘엔조 페라리’조차도 이 E타입을 보고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고 평가했다.
E타입은 1973년까지 생산, 7만 대 이상이 팔렸다. 그 중 5만여 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
이번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E타입은 ‘77RW’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E타입이다. 2000년 마이클 킬가넌 씨가 재규어 헤리티지 트러스트 센터에 영구임대 형식으로 기증한 것이다.
재규어는 이 밖에도 GT카인 XKR과 XKR-S, 스포츠 세단인 XF, 대형 세단 XJ 등을 함께 전시했다. -
‘탱크’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난 랜드로버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사용하기도 했을 정도로 영국 귀족들의 사랑을 받던 브랜드다. -
특히 사막이나 정글, 황무지 등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차체가 튼튼해 중동의 부호, 아프리카 사파리, 밀림 지대 순찰요원 등이 많이 사용한다. -
랜드로버의 가장 큰 특징은 지형에 따라 차량의 반응이 달라지도록 만드는 ‘지형반응시스템(Terrain Response System)’이다. 사막, 눈길, 초원, 일반도로 등에 맞춰 다이얼을 돌리면 차가 알아서 서스펜션 상태, 변속시기, 토크 등을 조절한다. -
과거 랜드로버를 인수했던 미국 포드사는 이 시스템을 연구한 뒤 자사의 SUV인 익스플로러에 적용하기도 했다.
랜드로버는 이번 모터쇼에 신차를 출품하지는 않았지만 2013년형 모델을 내놨다. -
거대하지만 무식해 보이지 않는,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 4, 프리랜더 2 등은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랜드로버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연비와 다운사이징이다.
랜드로버는 신형 모델로 갈수록 연비가 좋아지는 편이다. 대형 SUV인 레인지로버는 과거 연비가 ‘기름 먹는 하마’ 수준이었다. 일부 오너는 “시내에서 리터 당 4km도 안 나온다”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반면 신형은 도심에서도 9.7km/l의 연비를 보여준다. 고속도로 연비는 12.3km/l나 된다.엔진 크기도 작아지는 모습이다.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경우 과거 5.0 모델일 때와 차체 크기는 차이가 없지만 엔진은 6기통 3.0리터 디젤 터보엔진으로 훨씬 작아졌다. 그럼에도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0.2km/l로 높아졌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랜드로버의 쿠페형 SUV 이보크는 고속도로에서 최대 14.4km/l의 연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귀족들의 사냥용 차량’ ‘사치품’으로 인식되던 랜드로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
랜드로버는 이제 영국 귀족들의 영지와 아프리카 사바나를 벗어나 아시아의 도시와 시골길을 달리고 싶어 한다.
재규어도 “돈 있으면 사던가”라는 태도를 버리고 아시아 시장에 가까워지려 노력 중이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영국의 자존심’이라던 재규어-랜드로버의 달라진 태도를 확인해 보고 평가를 내려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