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원 전망까지수출 채산성 마지노선 한참 지나연말 지나 추세화 우려까지車, 반도체, 이차전지, 석유화학 비상등'방어' 컨트롤타워 감감
  • ▲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연합뉴스
    ▲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연합뉴스
    정국 혼란에 원화 가치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수출 위주의 우리 산업계에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어 당국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32.0원 안팎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1430원대를 돌파한 이후 장중 한때 1483.3원까지 급등하는 등 극심한 불안정세를 보인 환율은 불편한 기색 속에서도 높은 가격대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 직후 터치한 1446.5원 안팎이 '뉴노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진다면 1440~1450원까지 열어놔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환율은 연말을 지나 내년까지 이어지는 장기화 추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계엄 선포 이후 보고서를 통해 "내년 2분기 원화가 상대적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내다봤다.

    환율이 요동치면 수출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당장 사들여야 할 원자재 구입 비용이 치솟고, 해외에서 빌린 달러 부채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 6조6725억원의 달러 부채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환율이 10% 오르면 3385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우리 주요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등 해외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달러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원유를 100% 달러로 수입하는 석유화학 업계와 마찬가지로 철광석을 취급하는 철강업계는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곳이다. 제품을 팔수록 환차손이 쌓이는 구조여서 가격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산업제품의 근간인 석유화학과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르면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으로 부담이 이어진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내수마저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환차손을 대비하는 각종 금융상품을 통해 환헤지(위험회피)를 대비하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이런 보호장치에도 벗어나 있어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들 중소·중견기업들이 활용하는 무역차입금(달러대출)은 만기가 6개월에서 1년 가량의 단기상품으로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곧바로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2024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평균 1332원으로 조사됐다. 수출 채산성이란 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실제 이익을 가리키는데 현재 환율은 이보다 100원 가량 높다. 올 상반기 평균 환율은 1347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을 시작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퍼펙트스톰처럼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면서 "이를 방어할 컨트롤타워인 정부당국이 조속한 사태수습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