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 안갯속잇단 대책회의 … 예의주시환리스크, 신인도 저하, 수출 차질, 내수 감소 우려내년 사업계획 원점 재검토… 투자차질 불가피
  •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뉴데일리DB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뉴데일리DB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안 부결까지 정국이 요동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트럼프 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머리를 쥐어뜯던 우리 기업들은 내부에서 벌어진 최악의 리스크에 내년 사업계획서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고 있다.

    9일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한국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실패함에 따라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다르쉬 신하 BoA 아시아 공동 책임자는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정치 불안 뿐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로 원화 하방 압력에 가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5원 오른 1428.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3일 1410원대를 돌파한 이후 추가상승해 1430원 선을 넘보고 있다. 한때 100엔당 850원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이 950원까지 치솟은 것을 고려하면 폭락하는 원화가치 하락세를 짐작할 수 있다.

    기업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무역·통상 등 산업 근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의 한 재무관리 임원은 "이번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한국은 '불투명하고 투자하기 위함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질 것"이라며 "이는 개별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 ▲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자유대한호국단이 탄핵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데일리DB
    ▲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자유대한호국단이 탄핵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데일리DB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한다. 해외에 파견된 임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계획을 다듬는 중요한 자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더해 탄핵정국이 불러온 리스크 분석이 주요 의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고, LG그룹도 이달 내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협의회를 가진다. 롯데그룹은 내달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새해 사업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국정동력이 소실된데다 언제 회복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워 기업들은 '예의주시'라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대응이 없다고 토로한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금리 등 금융 변동성은 시간이 지나면 안정된다 하더라도, 국정공백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앞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도 경제계는 대부분 대외활동을 셧다운 시켰었다. 8년 전인 2016년 12월 당시 연말연시 붐비던 경제계 모임과 행사들은 모두 일정을 잡지 못하고 표류했고, 정부가 주도하는 일정들도 요식행위에 그쳤다.

    이듬해 대한상의가 마련한 2017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총수들이 얼굴를 비추지 않았다. 야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청문회를 앞세워 재계 총수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들어 정재계 밀착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적지만, 정국이 뒤틀릴수록 기업들이 납작 엎드리는 복지부동 행태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2.0에서 한국이 주요국들과 풀어내야 할 숙제는 8년 전보다 훨씬 많아보인다"면서 "끝없는 정치적 갈등속애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IMF 시절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우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