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코로나 넘는 최악 상황"더는 못 버틴다" … 파산선고 1380건중소-중견 협력업체 도미노 파산 위기"전방위적 경제살리기 절실"
  • ▲ 부산항에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있다ⓒ연합뉴스
    ▲ 부산항에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있다ⓒ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때는 수출로 먹고 살았고, 코로나(팬데믹)때는 내수로 버틸 수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에휴."

    극심한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대기업들은 사업성이 떨어진 공장 문을 닫고, 돈 될만한 계열사를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이 살 길을 찾아나서자 중소·중견기업들은 일감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다. 대기업 공장도 안팔리는 마당에 중소기업을 사 줄 투자자가 있을리 없다. 고스란히 고사 중인 셈이다.

    21일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44.7%로 지난해 42.8%에서 1.9%p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6.6%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로 1 미만이란 것은 1년 간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해마다 자본금을 깎아먹기 때문에 '좀비 기업'으로 불린다.

    좀비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임금, 원자재 등 높아진 비용을 매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밀려 수출길이 좁아진데다, 내수까지 얼어붙으면서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파산 선고된 법인은 1380개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파산 법인 1302건을 넘어섰다. 내수 위축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이 가장 많았고, 중국 경기 침체 영향에 예민한 제조업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현대제철,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철강·화학 기간 사업장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여기에 납품하는 중소·중견 기업들은 더이상 줄줄이 손을 들고 있다"고 했다.
  • ▲ 기업투자 증가율 추이(%)ⓒ한국경제인협회
    ▲ 기업투자 증가율 추이(%)ⓒ한국경제인협회
    투자도 '꽁꽁'… 내년 더 얼어붙는다

    경기 위축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 투자는 지난해 대비 8.3% 감소했다. 기업 투자는 향후 경기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도 16.9%로 견조했다. 하지만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高(고)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15.7% 증가에서 급격히 위축됐다.

    상반기 그룹 리밸런싱을 천명한 SK그룹은 알짜 회사인 SK스페셜티의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들어가는 특수가스 세계 1위 기업이다. SK하이닉스 납품 비중이 상당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당장 자금 확보가 먼저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전망이 밝은 바이오 사업이고 현재도 쏠쏠한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몸값 높을 때 팔아 실탄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들도 국내 공장과 해외 자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1400원을 넘어서는 원/달러 환율은 통화당국의 경기 부양책을 제약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연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은의 결정폭도 넓어졌지만,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위축과 반도체 등 주력업종 하락 사이클 진입 등으로 지금의 수출 실적이 정점이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살리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