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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판매할 수 없는 품목을 지정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던 서울시의 실험이 한달 만에 [없던 일]이 됐다.서울시는 8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특정품목 판매 제한 권고정책]관련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발표한 [대형마트ㆍSSM 판매조정 가능 품목]은 확정된 게 아닌데 그렇게 비춰져 시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해 유감이다.
기존 대형마트에 품목을 제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최동윤 서울시 경제진흥실장
시는 앞으로 새로 출점하는 대형마트와 기존 상권의 분쟁이 있을 경우에만 판매 제한 품목을 정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이미 출점한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매 품목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57개 대형마트와 325개 SSM에 적용되지 않는다.신규 출점한 대형마트와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과 분쟁이 있을 경우에도, 시는 판매 제한 품목을 [권고]할 뿐 이를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8일 시는 두부와 계란, 콩나물 등 51개 상품을 대형마트 판매 제한 품목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시의 이런 방침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력을 발휘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여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대형마트가 시의 권고를 거부할 경우, 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을 강제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시는 판매 제한 품목 발표 후 예기치 않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대형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농어민과 중소 유통업체들의 반발이 거셌다.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뿐 실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는 본래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날 시의 입장 발표로 [대형마트 판매 제한 품목 지정]은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시 관계자는 예상 밖의 반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외부용역을 통해 조사한 결과였는데 시민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불필요한 소모전]처럼 비춰질 수 있어 우려된다.
대형마트 판매제한 품목 지정과 관련 시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시가 그 뜻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실제 박원순 시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판매제한 품목 지정 제도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판매제한 품목 조정 등 보완을 거쳐,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이 [선 보완 후 추진]이란 대안을 내놨지만, 시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의 갈지자 행보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사이의 골 깊은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쓴소리도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