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법에 [합의에 따른 차명거래 제한]조항 없어 강화 필요성 제기
  • ▲ (사진=연합뉴스) 비자금, 세금포탈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차명거래 금지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비자금, 세금포탈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차명거래 금지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금융실명제] 시행 20주년이 오는 12일로 다가오면서
차명거래 금지 논의에 불이 붙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정·재계 인사의 비자금 의혹이 최근 불거지고,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 포탈 문제가 드러나면서,
차명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실명제]는 
지난 1993년 8월 12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발동해 도입한 제도다.

사금융 등 
음성적인 금융거래를 막기 위해 
은행 예금과 증권투자 등 금융거래를 할 때 
가명이나 무기명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실제 명의로만 거래하도록 한 이 제도는
당시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제도에는  
합의에 따른 차명계좌 개설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실명제법에 구멍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사실상 합의 차명계좌를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 
차명 거래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종걸(민주당·경기 안양만안), 민병두(민주당·서울 동대문을) 의원은 
차명거래 금지를 골자로 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민식(새누리당·부산 북강서갑), 안철수(무소속·서울 노원병) 의원도 
관련 법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할 경우
- 총무 명의로 동호회 통장을 만들어 거래하는 경우
- 부모가 자녀를 위해 저축통장을 만드는 경우

처럼 선의의 차명거래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차명거래 금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런 현실적 문제를 우려했다.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지
 만 20년이 되면서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잘 정착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차명거래 자체를 막는 조항이 없는 등
 일부 허점이 존재하는 바람에
 금융실명법의 이런 구멍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런 악용을 막기 위해서
 차명거래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동호회 총무가
 자기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하거나,
 부모가 자식에게
 통장을 만들어주는 경우처럼
 선의적인 차명거래 이용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조 원장은
선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예외조항].
[금액 제한]
을 제시했다.

“동호회와 같이 특수한 경우에 대해
 차명거래금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고,
 거래 가능 금액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통장을 개설하는 때처럼
 사회관습상 허용이 인정되는 경우엔
 거래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예외적인 규정을 만들면 된다”


이에 따라 
9월 국회에서
차명거래 금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동호회, 가족 등으로 
예외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