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가는 금융당국 실무자들... 자칫 '부실 검·조사'로 이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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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안된 어느 토요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단잠에 빠져 있을 토요일 아침에도 평일과 다름없이 정상업무에 임한 것이다.최 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래 1년 가까이 주말에도 출근하고 있다. 그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뤄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금융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당국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에서, 그의 성실성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최 원장의 부지런함은 조사 및 검사 업무를 담당하고 실무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 실무자들도 휴일을 반납한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설 연휴 금감원 직원들은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봤다. 그들은 기자에게 여의도 내에 영업하는 식당이 없어, 식사 해결이 어려웠던 경험을 토로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금융위 실무자들은 설 연휴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의사항 있으시면 설 연휴 때라도 언제든지 전화 달라. 저희는 연휴에도 출근한다”고 말했다.
두 기관의 실무자 모두 귀향하지 못한 채 사무실에서 일과 씨름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일련의 사태로 금융당국은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유행했던 한 노래 가사처럼 '24시간이 모자라'서 휴일도 반납한 채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일은 쌓이는데, 시간이 모자라니, '월화수목금금금'의 시간표를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백 번 이해한다.
문제는 이런 쉼 없는 근무가 계속되면서, 실무자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대학 동기들이 은행 지점장인데, 그들과 비교하면 내 업무 강도가 훨씬 많은 반면, 보수는 적다”며 하소연했다.
오죽하면 기자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비(非)간부 직원들의 표정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일부는 피곤에 지쳐 얼굴이 노랗게 떴다.기자가 걱정하는 것은, 과도한 업무가 체력과 의욕, 사기 저하로 이어져 조사 및 검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이다.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초·중반에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업무에 임해도, 극도로 지치게 되면 마무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 이는 부실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다른 업무에 대한 대응 또는 준비가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한정된 시간과 인력만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실무자들이 대형 사건의 처리 만으로도 이미 지쳐버린 탓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사건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연이어 터지는 금융 사고의 원인을 뿌리 뽑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당국 실무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의 기회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해 보인다. 월요일에 발표할 내용을 만들기 위해 일요일 휴식이 어렵다면, 그 전날인 토요일 하루만이라도 수장들이 먼저 한 번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 신제윤 금융위원장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님 토요일 만이라도 쉬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