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감시 전담조직 신설은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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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개정 공정거래법이 14일 발효된다. 계열사를 동원한 재벌 총수일가의 부당 승계자금 마련 행위가 한층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법 집행을 담보할 공정위 내 전담조직 신설이 불투명해지면서 실효성 있는 규율이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재벌의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골자로 한 개정 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14일자로 발효된다.

     

    국회는 작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가맹점주의 권익 향상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하도급 계약 시 부당특약을 금지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법 시행까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설정한 바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와 거래단계 중간에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챙기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그동안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막대한 자본이득을 챙긴 재벌들의 행태가 앞으로는 어려워지게 된다.

     

    공정위는 법 시행에 맞춰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감시하고 조사할 전담조직의 신설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작년 인사청문회에서 "재벌 전담 조사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작년 업무계획에서도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 신설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력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1990년대 주요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를 조사하며 맹위를 떨친 조사국을 부활시키려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공정위의 조직 확충 계획은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당초 과를 3∼4개 늘려 국단위 조직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냈지만 현재로서는 1개과 신설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4대악 근절' 추진 등으로 정부의 인력증원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경제 민주화와 관련한 인력 증원이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하대 경제학부의 김진방 교수는 "부당 내부거래는 사안별로 조사해야만 위법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인력 소요가 많은 분야"라며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규제 수위가 많이 낮춰졌는데 인력까지 충분치 않으면 이마저도 유명무실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14일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당분간은 개정법에 따른 대기업의 위법행위 조사나 제재조치가 바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 시행 이전에 종료된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현재 계속 진행 중인 거래는 내년 2월까지 1년간 종전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조치를 뒀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과조치가 있어 갑자기 업무량이 급증하지는 않는 만큼 일단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라며 "조직개편은 4월 정부 수시직제 개편 일정에 맞춰 조정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이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