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어쩔 수 없지만…" 노조는 "반대"관련 법령 국회 통과가 핵심…칼자루는 정무위로
  • ▲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뉴데일리 DB
    ▲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뉴데일리 DB


    "기존 금융감독기관 외에, 금융소비자 보호만 전담하는 기관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리된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로써 금융소비자보원의 상반기 설립이 가시화 되는 모양새다.

변수는 해당 법령의 국회통과 여부다. 금융 당국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여기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 금융소비자보호원 필요성 일관되게 강조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ICT 발전 속도에 부합하는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전담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도 조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의 필요성을 이미 여러 차례 역설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금융소비자보호업무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를 받았다. 독립 기관인 금소원에 검사권과 제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에도 박 대통령은 같은 내용을 다시 강조했다. "그동안 실물경제 조력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기본책무를 재정립하는 일에 힘을 기울여 왔다면 이제는 창조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 글로벌 금융으로 우리 금융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그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겠지만…"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금융감독원 측은 불안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분리하겠다면 우리로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며 "거기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입장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 조직이 갖고 있던 권한을 빼앗아 신설 기관에 나눠준다는데, 기분 좋을 리가 있겠느냐"며, "앞으로 업무 수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노조 측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추효현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금감원과 금소원을 분리할 경우, 두 기관의 역할이 모호해진다."며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지 않으면 금융소비자 보호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추 위원장은 또 "분리형 금융감독 모델을 도입한 국가들이 대부분 실패 전례를 남겼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리형 모델의 종주국인 호주조차  이 모델이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호주에선 두 금융감독기관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호주 2위 보험사이던 HIH가 파산하는 등 이미 실패 사례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 朴 의지 강한데 국회가 발목 잡아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은 현재 암초에 부딪힌 상태다. 해당 법령이 좀처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금융소비자보호원 관련 법안을 논의했으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여부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를 전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그러나 민주당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법안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는 27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정무위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월 국회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은 미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