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빈' 중국사업 삐그덕…사업권 중소기업 TNPI 소유 알고도 인수

  • 아쿠쉬네트(제품명 타이틀리스트) 인수 성공으로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박현주식' 크로스보더 M&A가 두번째 도전에서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커피사업에 뛰어든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의 '커피빈'의 중국 진출을 위한 사업권 자체가 애당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은 미국 '커피빈' 본사 지분을 인수해 본격적인 커피 사업에 나섰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 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이 목적이었다.

    당시 미국계 사모펀드인 어드벤트 및 대만계 CDIB캐피탈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커피빈 미국본사 지분 75%를 4000억원에 인수한 미래에셋은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가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한 펀드에서 700억원을 투자해 컨소시엄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오랜 기간 동안 중국 진출을 염두해 왔다.

    하지만 커피빈 주주가 된지 반 년이 지난 2월 현재 미래에셋의 중국 진출 성과는 그야말로 '제로'상태다. 단 한 곳의 매장도 열지 못한 것이다. 덩달아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 수익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커피빈 중국사업권은 애초부터 다른 법인이 소유 중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미래에셋이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현재 커피빈 중국사업권은 TNPI라는 컨소시엄 형태의 법인이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은 사업권 이양을 놓고 TNPI와 팽팽한 접전에 나섰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중국 사업권을 위해 TNPI측과 수 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TNPI측이 소송을 검토하는 등 원활한 협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소송관련 소문이 사실이라면 TNPI라는 중소기업이 미래에셋이라는 거대 공룡과 싸우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소송시비가 붙을 경우, 미래에셋 역시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런 싸움은 대개 2~3년 정도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동안 양 측 모두 중국사업이 진출 및 확장 등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빈 본사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에 입점되는 커피전문점은 매년 수 천여개에 달하는 데 타이밍을 놓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 선 투자, 후 투자처 방식…국민연금 등 투자계 사업관련 계획 몰랐을 수도   

    펀드 투자자들도 갑갑해지긴 마찬가지다. 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의 투자 목적은 '신성장 동력사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과연 커피빈 사업이 신성장 동력과 연관을 둘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래에셋의 중국 사업권에 대한 상황을 알았는지 여부도 남아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에서 이를 모르고 투자했더라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익률은 거의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투자방식이 '블라인드 펀드'였다고 설명한다. 블라인드펀드란, 대상을 정하지 않은 채 자금을 먼저 모으고 이후 투자처를 찾는 방식이다.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할지는 투자자는 물론 펀드운용사도 미리 알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민연금측은 "믿고 한 펀드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미뤄볼 때 미래에셋의 중국 진출권 유무는 당시 기관계 투자자도 몰랐을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은 중론이다.

    결국 박현주식 사업다각화가 미국 커피빈 본사는 물론 중국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인 TNPI, 국민연금 등 투자계 모두에게 피해를 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