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카의 경제학... '가격+연비 잡고 성능 높인다'…20~30대 유혹

  •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주말, 처음으로 차를 구입했다는 한 후배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초 2000만원 중반대에 맞춰 준중형차를 살 계획이었는데, 그 가격대에 성능은 더 강한 중형차가 있어 마음을 바꿨다”고 말입니다. 30대 중반인 그 후배로서는 성능과 차의 사이즈도 고려했을 법합니다.

    요즘 20~30대 층의 엔트리카(생애 첫 구입차)급이 소형이나 준중형에서 중형차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다운사이징’이란 업계의 비책(秘策)이 숨어있습니다. 젊고 실용적인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엔진은 작게, 파워는 높게, 가격은 저렴하게” 제작한 모델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죠.

    신기술의 격전장인 자동차 시장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창조성과 독특함 덕분에 생존해 온 완성차 메이커들의 노하우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크고 값비싼 차에 대한 편식으로 '장기 고유가'시대에 직면하며 여러 후유증을 낳았기 때문일터입니다.

    국산차 가운데는 중형세단을 다운사이징한 SM5 TCE로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은 업체가 르노삼성자동차입니다.

    르노와 닛산의 기술력을 십분 활용한 이 모델은 기자들의 시승소감도 꽤나 후했던 기억입니다. 우선 1.6리터 직분사 엔진으로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 차저 인터쿨러를 장착해 오히려 파워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끌어냈습니다.

     

    배기량이나 실린더 수가 줄어들면 자동차의 성능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기에 터보 차저와 직접 분사 방식 등의 기술로 출력과 연비 향상 문제를 동시에 극복한 것이죠. 이 것이 바로 다운사이징 기술입니다.

    이는 아쉽게도 국산차가 따라잡지 못하는 중대한 기술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 다운사이징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무작정 배기량 작은 엔진을 탑재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차량 경량화에다 엔진 효율을 높이는 원천기술 확보가 진정한 다운사이징 기술입니다.

    이 부문에서 르노삼성외에도 현대차 등 국내 메이커들이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는 감마 1.6 터보 GDI엔진을 내놓고, 7세대 LF쏘나타에 탑재를 검토 중입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m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2리터급 엔진의 힘을 내면서도 더욱 탁월한 연비를 자랑하는 다운사이징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향후 1.6 터보엔진은 물론 1.2 터보엔진이 탑재된 라인업을 늘려 다운사이징 기술 폭도 다양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가벼운 심장을 장착하면서도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연구 개발이 집약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향후 국산차든 해외 메이커든 이 분야에서 승부가 갈릴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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