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격변 헤치고 중앙은행 독립성 지켜내야"

이주열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내정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내부 출신 인사로, 자타가 인정하는 통화정책 전문가다.

특히 지난 2012년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따라 역대 한은총재 내정자로는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후보자가 내정됨에 따라 국회는 20일 안에 청문회를 연 뒤 그로부터 사흘 내 심사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 내부 사정에 밝은 통화정책 전문가

이 후보자는 한은 내부 출신의 통화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강원도 원주 출생인 이 후보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은에 입행, 핵심 부서인 조사국에서 주로 근무하다가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한은에서 국내외 경제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담당하는 조사국, 이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잡는 정책기획국을 두루 경험한 그는 풍부한 식견과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내부 출신인 만큼, 한은 조직의 생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태 총재 시절 부총재보와 부총재를 역임하면서 조직 경영과 한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운영의 노하우를 쌓아 온 만큼,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 후보자가 통화정책 운영, 조직 안정,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 등에서 뛰어난 자질과 강단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이 전 총재가 퇴임하고 김중수 현 총재가 부임한 뒤로 이 후보자는 김 총재와 한은 내부 개혁을 놓고 적지 않은 의견 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2년 한은을 떠나 연세대 특임교수로 지내왔다. 퇴임 당시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며 김 총재를 겨냥해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평소 온화하고 꼼꼼한 성격이지만 과감한 측면도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피력하는 '소신'도 상당하다는 평을 듣는다. 부총재로서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참여할 때 그의 통화정책 성향은 '매파(강경파)'나 '비둘기파(온건파)'로 지칭되기보다는 중도파로 분류된다.

다만, 부총재로서 대부분 총재의 의견을 좇았던 때와 달리 총재에 취임한 이후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발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 이 후보자의 향후 과제는


이주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대변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격변기를 헤쳐나가는 일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또 한번의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올들어 단행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대표적이다.
지난 5년간 기축통화국들이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대거 펴왔다면 앞으로는 점차 이를 되돌리는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 등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조짐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주요20개국(G20)과의 정책 공조 등이 중시되는 이유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진행하면서 미국의 지지를 받았다"면서 "국제 금융외교를 강화해 앞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1천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문제까지 고려해 금리, 환율 정책을 펴나가려면 고차원 방정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것도 그가 이뤄야 할 과제다. 세수 부족을 겪는 정부는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한은에 손을 벌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한국은행은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을 지원하고자 영세자영업자 바꿔드림론 자격을 완화하고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출자를 하기로 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작년에는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정책금융공사에 연 0.5% 금리로 약 3조459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당장은 이에 따른 비용이 눈에 띄지 않지만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화폐 가치의 하락과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한은이 물가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의 책무도 지고 있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공조의 필요성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중시하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가 중시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1952년생 △원주 대성고 △연세대 경영학과 △한은 입행(1977년) △조사부 국제경제실장 △뉴욕사무소 수석조사역 △조사국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금융통화위원)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