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심사 서류 발급 과정에서 문제 발생…1시간 지나 자진 철회
'저가 항공사' 생존…통신료 30% 인하, 보급형 단말기로 경쟁 가능
  • 주파수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27일 저녁 미래부는 "2.5G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신청한 사업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약 2시간 반이 지나자 "KMI가 제4이동통신 허가신청을 철회했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 속 통신료 30% 인하를 목표로 도전한 제4이통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의외의 발표였다. 

    KMI는 이미 서류 제출 적격심사도 통과한 상태였다. 






무슨 이유로 KMI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 지난 4일 KMI 사무실에 방문했다. 

이재문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고문은 다섯 번째 도전이 물거품이 됐지만 "모든 것이 우리 잘못"이라며 담담한 모습으로 반겼다.

"그 동안 많이 넘어져봐서 괜찮다, 다시 일어 서면 된다."

하지만 이 고문은 "'그럴 줄 알았다, 얘네 또 안돼네'라는 냉소적인 말을 들을 땐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동안 KMI는 본심사 재무건전성을 충족시키지 못해 본심사에서 탈락했다면 이번에는 주파수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KMI는 지난해 11월, 5번째 제4이통에 도전한다는 기자회견과 함께 미래부에 신청접수를 하며 "이번엔 모든 조건을 잘 갖췄다"며 반드시 통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었던 터였다.


  • ▲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절차.ⓒ미래부
    ▲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절차.ⓒ미래부


  • KMI가 기간통신사업자로 허가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미래부에 사업 허가신청을 하게 되면 미래부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주파수 할당공고를 하고 허가신청에 대한 적격심사를 진행한다. 이후 120일 이내에 본심사를 진행, 허가여부를 결정한다. 사업자는 허가신청에 대한 적격 판정을 받으면 할당공고가 나온 이후 정해진 기간 내에 주파수 할당 신청을 하면 된다. 

    ◇ 왜 자진 철회를…?

    5번째 기간통신사업 허가신청을 한 KMI가 주파수 할당 신청을 하지 못한 이유는 보증서 제출 때문이었다. 

    필요한 모든 서류를 갖췄지만 신청 시간이 마감돼 신청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진해서 제4이통 신청을 자진 철회하겠다고 미래부에 통보했다. 

    이 고문은 "자진 철회 한 것은 그 동안 도와준 미래부에 미안한 마음 때문"이라며 "그래야 이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청 접수 마감일인 지난달 27일은 전파진흥원이 나주로 이사 가던 날이었다. 이사 당일날인데도 오후까지 우리가 잘 접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당시 미래부에서도 늦게까지 우리를 기다려줬다. 고마웠다."

    KMI의 최종 접수는 할당공고 마감시간 보다 1시간 정도 지나서야 가능했다. 이유는 보증금에 대한 보증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때문이었다. 

    KMI는 주파수 최저경쟁가격인 2790억원의 10분의 1인 279억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했고, 이를 위해 KMI는 보증이 필요했다. 이에 3개 업체를 보증인으로 세워 절차를 진행했지만 한 업체가 마지막에 입장을 번복한 데다 전산상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며 제출 시간을 넘기게 된 것이다. 

    "보증 심사에서 이렇게 시간이 지연될 줄 몰랐다. 이유야 어찌됐든 우리 잘못이다. 우리를 기다려준, 도와준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가 무너졌다. 미안한 마음 뿐이다."

    모든 상황 설명을 한 이 고문은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했다.

    그는 "내 밑바닥이 어딘가 싶기도 하지만 다시 잘 추스려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며 "무너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제4이통 출범, 문제 많다?

    이러한 과정 속 KMI의 제4이통 출범을 막는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도 돌았다. 누군가 '제4이통 출범시 발생할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한 문서를 만들어 본심사위원이 될 만한 사람 등 여러사람들을 찾아다녔다는 것이다. 

    문서에는 KMI가 제시한 요금인하 정책이 비현실 적이라는 것, 제4이통 출범이 산업 전체의 이윤을 떨어뜨린다, 독자적으로 생존하지 못 한다, 알뜰폰과 경쟁하게 돼 정책에 혼선을 준다, LTE-TDD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한 통신사를 예로 들며 그들 처럼 저가의 중국산 통신장비를 도입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내용까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고문은 "누구도 탓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결과는 모두 우리 탓"이라고 할 뿐이었다.


  • ▲ KMI 출입문에 붙어있는 문구.
    ▲ KMI 출입문에 붙어있는 문구.


  • ◇ 비정상의 정상화, 제4이통 출범으로 가능 "재도전" 

    그는 현재의 보조금에 치우쳐진 통신시장에 대해 비판하며 오래지 않아 비싼 고사양의 스마트폰이 아닌 보급형 단말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꼭 필요한 좋은 기능들은 보급형 단말에 다 들어가게 된다. 이제는 보조금 경쟁이 아닌 가격과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

    이어 그는 "왜곡된, 비정상적인 시장을 정상화 하는데에 제4이통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며 "KMI가 아니어도 제4이통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4이통 출범 이후 5년 동안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버티면 따라잡을 수 있다"며 "이동통신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제4이통에 대한 우려를 저가 항공사들의 성공사례를 들며 반박했다. 

    "저가 항공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항공료를 인하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별 사고 없이 시장에 잘 안착해 잘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미래부에 충분히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며 "다음주 쯤에 다시 제4이통에 도전하는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모든 서류가 통과된 상태인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주 초 쯤 신청 하면 주파수 할당 공고가 나오는데 약 보름 이내였으면 한다"며 "할당 공고 이후 신청 마감까지 한 달, 본심사까지 약 열흘 정도 걸리면 2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즉 빠르면 5월 내에 본심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이 고문은 "많은 사람들이 KMI에 꿈과 희망을 투자한 만큼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