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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편향된 한국의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박희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산업계와 학계에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박 교수는 29일 ‘뉴데일리경제 규제혁파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석해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이 산업계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IT·자동차·조선 등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많으나 이들 산업의 뿌리가 되는 산업은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제조'는 할 수 있으나 '재료'는 자체적으로 만들 능력이 없다는 것.
실제 한국 주력 산업의 핵심부품 중 50% 이상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LCD·PDP 등의 핵심부품은 거의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온다. 한국 대기업이 물건을 팔아 큰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숨은 승자는 일본인 셈이다.
박 교수는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은 결코 대기업이 아닌 강소기업"이라며 "한국에도 이러한 기업들이 늘어나야 자본의 해외 유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만드는 방법은 R&D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중소기업은 R&D 투자를 원활히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R&D를 수행할 고급인력들이 중소기업을 등한시 하기 때문이다.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원 중 중소기업에 속한 사람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 83%는 대학, 13%는 대기업에 머물고 있었다.
박 교수는 전문 인력들이 학문에만 치중하며 '성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벨상을 받거나 네이쳐·싸이언스지 등 학술지에 오르는 것만 추구하며 '실사구시'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학계에서도 '최고의 기술은 시장에서 사주는 기술'이라는 인식을 갖고 글로벌 기업가정신이 전파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제 산업계와 학계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가 1998년 설립한 SNU프리시전은 LCD·OLED·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며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