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구조 속 11년간 약 43조손실... "지배적 사업자 관련 정부 규제 필요"
  • 이통통신 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10년 이상 50% 시장점유율을 고착시킴으로 인해 막대한 시장손실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추환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교수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10년 넘게 이어져 온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50% 점유율 유지로 인해 수 십억원의 시장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0%, 30%, 20%로 십여 년 동안 이 같은 구조가 유지돼 왔다.

박 교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사회후생손실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는 "현재의 5:3:2 구조가 완화되고 경쟁이 활성화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며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공시로 뜬 자료들을 바탕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음달부터 학회, 세미나 등에서 이번 연구를 발표할 계획이다. 8월에는 정식 논문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집중도가 높을 수록 사회후생손실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11년 간의 5:3:2 시장구조로 인해 약 43조원의 시장손실이 발생했다. 

그는 "현재의 5:3:2 구조는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 통신을 합병하면서 부터 시작됐다"면서 당시 SK텔레콤은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800MHz를 할당받아 수 년간 독점 사용하면서 경쟁사들과 출발선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또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이 깨지고 경쟁이 활성화 된다면 시장손실이 줄고 소비자 잉여가 증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5:3:2 구조가 2002년부터 11년간 지속되면서 42조8073억원의 시장손실이 발생했다"며 "연간 약 3조 2000억원의 손실이 감소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4.5:3:2.5 구조나 3:3:3 구조 였다면 지금보다 7조6238억원, 11조 7876억원의 시장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고착화 되고 집중화 된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시장손실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시장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1위 사업자의 지배력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며 "지배력이 높을 수록 지배적 사업자는 요금 인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5:3:2 시장구조를 깨기 위해 지배력 사업자의 시장 남용을 제재할 수 방안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박 교수는 요금 인가제가 아직은 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3:2라는 왜곡된 구조 속에서 이동통신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면 요금 인가제가 있어야 지배력 남용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의 이유에 대해 "정부의 무조건 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며 "각 사업자들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보조금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사업자들이 정부로 부터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압력을 받는 한 수익성 개선보다 현재의 구조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정부가 수익이 나면 바로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하니 사업자들은 수익성 개선보다 외형 성장을 통한 순간의 현금 확보 전략을 사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력 사업자는 선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으로 후발사업자에게 더 많은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정부가 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수익성을 개선 시킬 수 있는 정책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사업자들 스스로 보조금을 통한 외형적 성장 보다 내실을 추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