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본질 훼손·의견수렴 절차도 무시"국토부 "오해…지정 취지 훼손 않는다"
  • ▲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환경회의 주최로 '개발제한구역 용도변경허용 철회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환경회의 주최로 '개발제한구역 용도변경허용 철회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국토교통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완화 발표가 환경단체로부터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환경연합)은 지난달 25일 국토부가 밝힌 그린벨트 내 기존 건축물에 대한 용도변경 허용 대상 확대와 관련, 다음 주 중으로 국토부 장관을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공장 빼고 대부분 허용"…용도변경 대상 30→90종 확대


    국토부는 1971년 그린벨트 지정 이후 달라진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다.


    주민불편 해결과 주민소득 증대를 위해 기존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현재 30여종에서 90여종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주택과 공장, 그린벨트 안에서 신축이 금지된 종교시설, 물류창고 등이 대상이다.


    이들 건축물은 증축 없이 기존 면적대로 용도만 제1·2종 근린생활시설로 바꿀 수 있다. 영화관과 공연장, 골프연습장, 노인·아동복지시설 등이 새롭게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그린벨트 내 신축은 계속 금지된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그린벨트가 훼손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증축 없이 기존 건축물 면적 범위에서 용도변경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내 기존 건축물 12만동 중 7만2000여동(60%)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근린생활시설은 용도변경을 허용해도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으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환경연합 "제도 본질 훼손, 의견수렴 무시"…"다음 주 국토부 장관 고발"


    환경연합은 국토부 규제 완화 발표가 그린벨트 제도 본질을 훼손하는 데다 '선 발표, 후 입법예고'는 엄연한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환경연합은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환경권 등 공적 규제의 법 취지를 훼손하고 그 절차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위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환경연합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그린벨트법)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 주변 자연환경 보전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가 목적인 만큼 국토부가 규제 완화 목적으로 내건 주민불편 해소, 소득 증대와 맞지 않는다는 견해다.


    이번 규제 완화가 사실상 일반도시에 허용되는 모든 인구유입시설을 허용하는 데다 축사 등으로 신축했다가 다른 용도로 악용하는 동식물 관련 시설의 허용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있어 그린벨트 내 인구유입과 그에 따른 불법건축물 증가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환경연합은 국토부가 사전 의견수렴 없이 규제 완화 내용을 기정사실로 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그린벨트 내 용도변경 허용은 그린벨트법 시행령 제18조 등의 개정을 전제로 해야 함에도 의견수렴을 위한 행정절차법 제41조(행정상 입법예고)를 무시하고 확정된 것처럼 언론에 발표부터 했다는 것이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아무리 입법예고를 형식적 요식행위로 치부하더라도 발표 먼저 하고 입법예고하는 것은 엄연한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규제 완화는 행정규제기본법 위반"이라며 "관련 법 제5조(규제원칙)에 따르면 규제는 규제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국민의 안전과 환경 등을 위한 실효성이 있어야 하는데 국토부의 '규제총점관리제'에 따른 규제 완화는 이런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환경연합 다른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는 그린벨트법이 정한 공적 이익 추구와는 거리가 먼 사적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며 "헌법은 물론 자연공원법, 수도법 등 다른 환경보호법률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는 만큼 국토부 장관을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국회와의 공조를 통해 국토부의 무리한 규제 완화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관련 자료를 변호사에게 보내 법률 자문을 하고 있으며 다음 주 중으로 위법행위에 대해 국토부 장관을 고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환경단체가 규제 완화를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지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게 규제 완화 과제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라며 "동식물 관련 시설의 지자체 권한 위임도 지자체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으로 지금은 요건만 갖추면 축사 등의 신축을 허용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금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차상 하자 지적과 관련해선 "전문가나 부처 의견을 애초에 무시할 생각이었으면 규제 개선 추진계획 일정을 공개했겠느냐.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받아들여 수정안을 만들 것"이라며 "(입법예고는 7월에 하지만) 하반기 정책을 발표한 것일 뿐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매년 초에 하는 업무계획 보고도 입법안을 마련한 후에 발표해야 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