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에 최대 2억4천만원 과징금 부과 전례 없어 형평성 논란징계委 타당성조사 결과와 다른 판단…감정원 조사 신뢰도 논란 가열
  • ▲ 한남더힐 전경.ⓒ국토교통부
    ▲ 한남더힐 전경.ⓒ국토교통부

    분양전환 과정에서 최대 50억원이 차이 나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을 빚은 서울 고급 임대아파트 단지 '한남더힐'의 감정평가와 관련, 감정평가사에게 최대 1년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해당 감정평가법인에 대해서도 전례 없이 과징금을 부과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징계수위를 결정하면서 한국감정원(감정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와 다른 잣대를 적용해 감정원의 조사 신뢰도에 대한 하자 논란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감정평가사 최대 1년2개월 중징계…법인도 전례 없는 과징금 처분


    국토교통부는 24일 한남더힐 부실감정에 대한 징계위를 열고 감정평가 신뢰도 추락의 책임을 물어 감정평가사 4명에게 최소 1개월에서 최대 1년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세입자 측이 감정을 의뢰한 나라·제일법인 소속 감정평가사에 각각 업무정지 1년2개월과 1년, 시행사 의뢰를 받은 미래새한·대한법인 소속 감정평가사에 각각 업무정지 1개월과 2개월을 처분했다.


    감정평가사 소속 법인에도 감정평가사 관리 책임을 물어 전례 없이 과징금을 부과했다.


    나라·제일법인에 각각 2억4000만원과 1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미래새한·대한법인에는 경고 조처를 내렸다.


    세입자 측 감정평가사와 소속 법인에 고강도의 징계가 내려진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징계위는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 과정에서 평가방법과 사례선정 등 관련 법령을 얼마나 위반했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심의했고, 감정평가사 징계 이유와 양정을 고려해 법인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이번 조처가 정부의 부실평가 근절 의지를 감정평가업계에 전달하고 업계가 감정평가사 관리 등을 빈틈없이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법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로 감정평가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1994년 이번 타당성 조사를 맡은 감정원이 서울리조트에 대한 부실평가로 174억원을 배상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국토부는 아무런 징계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국토부가 감정원을 유독 감싸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법인이 의견을 제시할 순 있어도 평가액 산정은 감정평가사가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관리 책임을 물어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 감정평가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잘못했으면 처벌받아야 하나 이번 징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법인에 대한 과징금은 분수 효과가 엄청나 사실상 법인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인 만큼 한국감정평가협회(협회) 차원에서 입장표명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조만간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세입자 측만 중징계…징계위, 감정원과 다른 판단해 타당성 조사 신뢰도 논란 부채질


    세입자 측 감정평가사와 법인만 중징계를 받은 것도 논란거리다.


    감정원이 타당성 조사를 통해 제시한 한남더힐의 적정가격은 세입자와 시행사 측이 내놓은 감정액의 중간가격 수준인데 처벌은 세입자 측 감정평가사·법인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징계위가 감정원의 타당성 조사와는 별개로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심의해 징계양정을 의결했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나라·제일법인 소속 평가사는 비교 대상으로 낡은 공동주택을 선정하고 품등비교(조망·위치 등 아파트 품질 결정 조건을 비교하는 것)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중과실이 있었다"며 "그 결과 토지와 건축비를 합한 총평가액이 1조7000억원으로 나왔는데 이는 2009년 나라법인이 토지만 평가한 금액 1조6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미래새한·대한법인 소속 평가사는 조망권 등 품등비교가 일부 미흡한 수준에 그쳐 징계 수위에 차등을 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를 했던 감정원은 조사결과에서 세입자 측 나라·제일법인과 시행사 측 미래새한법인의 평가에 차이를 두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감정원은 나라·제일법인과 미래새한법인 모두 평가방식 중 비교방식만을 적용했고 사례선정, 시점수정, 품등비교 및 시산가액 조정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시점수정은 나라·제일법인은 적정했으나 미래새한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즉 감정원 조사대로면 시행사 측인 미래새한도 중징계 대상에 포함됐어야 하는 셈이다.


    징계위가 감정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와 다른 잣대로 징계수위를 결정하면서 감정원 조사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징계위가 감정원의 타당성 조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해준 것과 진배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나라법인의 경우 심사자가 따로 있음에도 대표이사가 심사자란에 서명·날인하는 과실이 확인됐는데 (징계위에서) 이런 부분들도 종합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 한남더힐.ⓒ국토교통부
    ▲ 한남더힐.ⓒ국토교통부


    ◇국토부, 감정원·감정평가협회 감사 통해 총 8명 문책 요구


    한편 국토부는 한남더힐 사태로 촉발된 부실감정평가와 관련, 감정원과 협회를 대상으로 지난달 감사를 벌여 각각 5명과 3명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감정원은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면서 심의위원회를 부실하게 운영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심의위원 3명이 위원회에서 빠졌다가 다시 포함되는 등 위원회를 일관성 없이 운영했고, 의결과정에서 규정에도 없는 쪽지투표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쪽지투표 후 심의의결서로 재투표하는 과정에서는 애초 일부 감정평가 결과에 대한 판정이 '미흡'에서 '부적정'으로 바뀌기도 했다.


    협회는 국토부로부터 위탁받은 감정평가사 교육관리와 지도·감독을 소홀히 하고 2012년 부실평가가 확인된 징계 대상자들에게 아직도 아무런 징계 조처를 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탁업무 감사는 매년 시행하지만, 대상기관이 워낙 많다 보니 기관·단체별로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며 "재무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교육관리 등에 대한 감사는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