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위주 씨티·SC銀, 연내 지주사 해체키로"지주사 사라져… 존속 불필요" 재부상
  • ▲ 외국계 은행들이 지주 체제를 잇따라 포기하면서 지주사 무용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지주 체제를 포기하기로 한 씨티은행. ⓒ NewDaily DB
    ▲ 외국계 은행들이 지주 체제를 잇따라 포기하면서 지주사 무용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지주 체제를 포기하기로 한 씨티은행. ⓒ NewDaily DB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의 '탈(脫)지주'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씨티은행과 씨티지주의 합병을 위한 예비 인가가 지난 30일 금융위원회를 통과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 역시 캐피탈·저축은행 등 계열사 매각에 들어가면서 지주사 체제를 해체하기 위한 작업에 가속도를 붙였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지주사 무용론'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주사의 형태만 갖추고 있을 뿐, 사실상 은행 위주로 운영되는 금융사들에게 지주 체제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 외국계 금융사 '탈 지주' 가속화

금융위의 합병 예비인가로 씨티은행과 씨티지주는 합병 작업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두 금융사가 합병할 경우, 존속회사는 씨티은행, 소멸회사는 씨티지주가 된다.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하게 된 것은 사실상 은행 위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주의 자산 및 영업규모의 대부분(97%)을 씨티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업무·의사결정 중복 비용만 발생할 뿐이라는 것이 내부 판단이다,

앞서 씨티금융지주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와 은행을 합병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한국씨티는 앞으로 본인가 절차를 거쳐 10월 말까지 합병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SC 역시 지주 체재 해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 SC금융지주와 SC은행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매각을 기점으로 내부적으로 지주사와 은행의 합병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고 은행 중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매각이 완료되면 남는 자회사는 SC증권과 SC펀드서비스 뿐이다.

SC는 합병시기를 이르면 올 연말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의 매각이 이 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 두 계열사의 매각은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금융위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SC는 현재 내부적으로 지주사와 은행의 합병비율과 비용 등을 포함한 법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다시 떠오르는 '지주사 무용론'

외국계 금융사들이 지주회사 체제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법적 근거는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의 마련으로 성립됐다. 그 후 2001년 4월 최초의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 이래 지난해 전환한 전북은행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금융사가 지주 체제로 전환했다. 2014년 7월 현재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곳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뿐이다. 

금융지주회사는 애초에 덩치를 키워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은행 고객에게 은행 업무뿐 아니라 증권 매매를 하고, 신용카드·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또 같은 지주사에 속한 은행·증권·보험·카드사는 따로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고객이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면 이 정보가 같은 금융지주 밑에 있는 보험사로 넘어가 마케팅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3개 신용카드회사의 고객정보 1억 건이 유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국회가 법을 바꿔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내부 경영관리에 필요한 경우에만 정보 공유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입법 동향은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적 규제는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정책당국이 부여했던 금융지주회사의 이점들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평했다.  

또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은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이르다 보니 의도했던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엔 금융지주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긴 커녕 내부 갈등만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불협화음이 나온 KB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이유로 금융지주회사에서 은행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씨티은행과 SC은행 외에도 산업은행(KDB산은지주)·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도 지주사 해체를 앞두고 있다. 

지주사 해체를 당장 시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조직 슬림화를 이유로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방은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금융지주사인 BS금융(부산은행), DGB금융(대구은행), JB금융(전북은행) 등이 겸임 구조다. 회장이 행장을 겸임까지 하는 상황에서 굳이 지주사와 은행을 따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지주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은행이 직접 증권·보험사를 소유하는 것도 여러 제한이 있는 만큼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묶여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일괄적으로 지주사 무용론을 외치기 보다는 각 회사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사의 의미가 없는 금융회사는 지주를 해체하고, 지주사는 필요하지만 은행 비중이 절대적이면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고, 비은행 분야가 커져 그룹 관리가 중요하면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등 개별 사정에 맞게 운용하면 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