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내부동요 심화… "금감원 직무유기" 지적도
  • ▲ KB 경영진에 대한 제재 확정이 또 연기됐다. 14일 금감원엔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모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유상석 기자
    ▲ KB 경영진에 대한 제재 확정이 또 연기됐다. 14일 금감원엔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모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유상석 기자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가 또 연기됐다. KB 두 수장에 대한 제재 수위가 14일 확정될 것이라던 금융권의 예측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14시 30분 제재심의위를 열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도쿄지점 불법대출·주택채권 횡령 사건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6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의엔 김재열 KB금융 CIO(전산담당 상무) 등 KB금융 인사들만 출석했다. 타 건은 제쳐두고 KB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룬 셈이다.

그러나 이 날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이 행장은 19시 경 금감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날 질의응답 및 소명 대상이 된 KB 관계자가 수십명에 이르러 시간이 지체돼 심의위가 이 행장을 소환하지도 못한 채 회의가 끝난 것이다.

임 회장은 이 날 출석요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국민은행 관계자들은 "임 회장에 대해서는 이미 질의와 소명 청취 등이 끝났기 때문에 따로 호출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KB 관련 심의위는 이 날로 벌써 다섯 번째다. 제재 수위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권에서는 또 연기됐다는 사실에 대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또 연기될 것을 예상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금융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연휴를 앞두고 징계 등의 큰 결정을 확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제재 연기는 예상됐던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지난 6월 확정될 예정이었던 제재가 계속 연기되면서 KB 내부의 동요 및 경영공백은 연일 커져가고 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KB금융 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새 리더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노조 등 내부구성원들과의 갈등 양상도 깊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는 다섯 번에 걸친 질의 및 소명에도 제재가 확정되지 못한 데 대해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은 "하루 빨리 결론을 내야 하는데도 금감원은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주민등록 시스템이 붕괴될 정도로에 처했는데도 계속 미루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탄핵돼도 할 말 없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제1노조)는 제재 연기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재현 제1노조 홍보전문위원은 "주말에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논할 예정"이라며 "회의가 끝나는대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제1노조는 지난 11일부터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및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관치 낙하산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시위 강도가 강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오 위원은 "이 역시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 제재심의위는 1주일 후인 오는 21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