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예금의 기본금리가 연 1%대까지 내려가는 초저금리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재테크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은행의 예·적금에만 머물렀던 고객들이 기업어음(CP), 주가연계증권(ELS), 사모펀드, 저축은행 예금 등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상품으로 대이동하고 있다. '5분 완판' 상품까지 등장할 정도로 그 열기는 뜨겁다.
◇ "사모펀드ㆍCPㆍ저축은행 따지지 말자"…높은 금리 찾아 대이동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024110]은 25일 중국 국영은행의 신용과 연계한 사모펀드의 투자자를 모집했다가 그 투자 열기에 놀라고 말았다.
최소 가입금액이 1천만원으로 작지 않은 금액임에도, 접수 5분 만에 판매한도 100억원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예금 금리가 연 2%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기대수익률이 연 2.6%로 다소 높자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 같다"며 "해당 은행이 파산하지 않는 한 수익률이 보장돼 안정성이 높다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모집한 주가연계펀드(ELF)도 판매 개시와 동시에 100억원 어치가 모두 팔려나갔다. 유럽 주가지수가 하루 10% 이상 폭락하지 않는 한 연 3.8%의 수익률을 보장하자 투자자들이 우르르 몰려든 결과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인기가 높기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2.5%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도 기본금리는 연 1%대 후반, 우대금리를 합쳐도 연 2%대 초반인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21일 내놓은 목포 산업단지 조성 관련 기업어음(CP)은 410억원의 판매 한도가 이틀 만에 모두 소진됐다.
연 3.4%의 높은 금리에다 목포시가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어서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은행이 13일 판매한 금리 3.6%짜리 SK건설 관련 기업어음도 하루만에 100억원 어치가 모두 팔려나갔다.
국민은행 목동PB센터 공성율 팀장은 "지난달까지 기업어음은 연 4%대는 돼야 팔렸지만, 이달 들어서는 3%대 중반 상품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완판 행진은 저축은행과 증권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니온저축은행이 150억원 한도로 내놓은 연리 3.35%의 특판 정기예금 상품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14일 완판됐다. 참저축은행이 18일 내놓은 연 3.3% 특판 정기예금도 100억원 어치가 지난주 모두 팔려나갔다.
최근 3.04%의 특판 예금을 내놓은 동원제일저축은행 관계자는 "출시 후 수일 만에 판매 한도를 거의 소진했다"며 "지점 위치를 물어본 후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대우증권의 '몽골 무역개발은행 사모펀드', '특별한 환매조건부채권', 신한금융투자의 '세이프 공모주랩' 등 판매 개시 후 5분 만에 판매가 완료되는 '5분 완판'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나이 드신 분들께서도 관련 정보를 얻어 찾아오시는 것을 보면 0.1%포인트 금리라도 더 받으려는 고객들의 갈망이 어느 정도 큰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금리만 더 준다면야"…조건 까다로운 고금리 예금도 '불티'
카드 가입, 신규계좌 가입, 월급통장 이체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지금껏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았던 고금리 예금도 최근 들어서는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법사랑플러스 적금'은 기본금리 연 2.41%에 카드 사용, 주택청약저축 신규 가입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연 3.41%까지 금리를 높여주는 상품인데, 한은의 금리인하 후 일주일 간 판매액이 전주보다 30% 급증했다.
기본금리 연 2.6%에 창조경제 포털인 '창조경제타운' 회원 가입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연 3.8%까지 가능한 'KB창조금융적금'도 같은 기간에 판매액이 30% 가까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우리함께 행복나눔 통장'은 기본금리 연 3.0%에 최대 3.0%의 우대금리를 주는데, 한은의 금리인하 후 일주일 동안 1만명이 넘는 고객이 신규 가입했다. 최고금리 연 5.5%인 하나은행의 '난 할 수 있어 적금'도 같은 주 1만여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중국계 은행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판매하는 위안화 예금은 금리가 연 3% 안팎이라는 입소문에 투자가들의 관심이 폭증, 올해 들어 가입액이 10조원 이상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은행 예금의 기본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적금만을 믿는 재테크 전략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외화예금, 기업어음, ELS, 저축은행 예금 등 단 0.1%포인트의 수익률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부지런하게 발품을 파는 고객들만 높은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다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나 중도 환급 여부 등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은행의 이관석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옛날에는 금리 1% 갖고도 신경을 안 썼지만 이제는 0.1% 금리를 신경써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다만 사모펀드나 ELS, 기업어음 등은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위험도를 철저하게 따져 자신에게 맞는 리스크 수준의 상품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