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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003600]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그간의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매입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11일 증권업계는 SK가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을 통해, 그간 지배구조 이슈로 인해 과도하게 형성됐던 할인 폭을 크게 좁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는 이날부터 오는 12월5일까지 보통주 235만주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에 나선다. 영업거래일 60일에 해당하는 기간이며 취득 완료 이후, 발행주식수 대비 자사주 비중은 23.81%다.
일단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수급 측면의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취득 예정인 수량과 예정기간을 감안하면 일평균 3만9166주를 매입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최근 두 달 간 SK 평균 거래량인 11만3540주의 34.49%에 해당하는 수치다.
HMC투자증권은 "자사주 매입 기간 내 꾸준한 매입주체 형성이 예상된다"며 "SK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 수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사주 매입 올해만 두 번째… "가용 현금 내 주주환원책"
SK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번 매입까지, 올해에만 자사주 10%를 취득했다. 기 자사주 취득금액 4482억원에 더해 이번 취득금액 3760억원을 포함해 총 8242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KTB투자증권은 "연간 7000억원을 상회할 순익규모를 감안하면, SK의 자사주 매입 행보는 가용한 현금 내 주주환원책"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이번 자사주 매입은 지난 2월과 다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당시 16만원 후반대에 머물렀던 SK 주가는 자사주 매입 소식으로 인해 19만2000원대 이상으로 급등했지만 이후로 추세적 하락기조에 접어들었다.
SK E&S의 탕구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가 재조정 및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실적 하락 등 악재로 인해 지난 4일에는 16만원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SK C&C와의 합병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SK 주가는 기업의 절대가치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SK 주요 계열사의 실적 하방 위험은 주가에 기반영된 상태"라며 "이번 자사주 매입은 연초 당시와 다른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오 연구원은 "개별 순익의 7000억원대 안착을 고려 시 주주환원책의 지속 가능성도 높다"고 해석했다.
SK와 SK C&C합병의 경우, 당위성은 있으나 단기적 사안이 아닌 중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SK그룹이 지배구조가 관련법상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 간 합병은 그룹 경영권 안정화가 가능한 수준의 합병법인 대주주 지분율이 충족될 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관점에서도 SK와 SK C&C의 합병 가능성은 공감될 수 있다"며 "SK는 이번 매입과 같이 장기적으로 합병 환경 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