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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경제 활성화 특히 민생안정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꼽은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국가재정법, 산재보상보험법 등 3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기초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가 자살한 비극을 막기 위한 개정안이다. 의료·교육 등 급여별 선정기준을 달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혜택을 늘리는 게 골자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진흥기금 설치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산재보상보험법은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고도 불합리한 이유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막으려는 조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설치·운용 위한 국가재정법
정부가 7월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밝힌 2기 경제팀의 올 하반기 경제 활성화 대책에는 소상공인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 기금 확대 방안이 들어 있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내수 소비 진작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자영업자는 569만여명이며 이 중 415만여명이 고용직원 없이 일하는 영세 자영업자로 추산된다.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가 서민경제 회복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22일 충남 천안 남산중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민경제가 회복되려면 무엇보다 전통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서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히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내년도 예산 편성과정에서 전통시장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에 민생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뒤 30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의지를 피력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문화·관광·지역 특성을 결합한 맞춤형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에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신설해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의 준비된 창업, 경쟁력 강화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금은 중소기업 창업·진흥기금에서 분리한 소상공인진흥계정(9000여억원)과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지원금(6000여억원) 등을 합쳐 2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 1조2000억원 규모보다 8000억원쯤이 늘어나는 것이다. 운영은 내년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공단)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조성된 기금은 자금 융자와 특성화 지원, 정보 제공 등에 쓰인다.
소상공인의 고금리 채무를 저금리로 전환해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대환대출이 5000억원 규모로 신설된다.이를 통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이 평균 20%대에서 7%대로 낮아지면 1만4000여명의 소상공인이 연 500만원쯤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 5곳에는 253억원이 투입돼 교육과 창업체험, 전담 상담제, 정책자금 지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소상공인 사관학교가 설치된다. 이론 교육 후에는 3개월간 희망 업종의 점포를 직접 창업·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10인 미만 제조업체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28억원에서 323억원으로 확대되고 소상공인의 임금근로자 전환에 신규로 100억원이 투입된다.
전통시장은 골목형과 문화관광형, 글로벌 명품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글로벌 명품형 전통시장은 전국에서 5곳 안팎의 우수 시장을 선정해 한 곳당 50억원을 투입해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전통시장 내 빈 점포 100개를 빌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지원하고 전통시장과 주변 대학이 참여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개설한다는 구상이다.
전통시장 주변의 주차 환경 개선사업도 지원을 확대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012년 9월27일 이후 700일 넘게 국회 기재위에서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말 통과한 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기금 조성에 관한 내용이 담겼지만, 국가재정법에 근거가 되는 특별법을 따로 명시하지 않으면 기금을 조성할 수 없다"며 "소프트웨어는 만들어졌는데 이를 담을 하드웨어가 정비가 안 돼 못 쓰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기초생활 수급 혜택 늘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현행 기초생활급여는 소득과 부양의무자 등 최저 생계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생계, 주거, 의료 등 7가지 급여를 하나도 받을 수 없다.
이 법이 통과되면 복지 사각지대 서민 40만명에게 추가로 7가지 기초생활 급여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우선 각 급여지급 항목을 의료, 주거, 교육 등으로 세분화하고 항목별로 각각 다른 지급대상 선정 기준을 적용해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의료급여의 경우 의료비로 말미암은 부채 부담비율이 높은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 순위 중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 40% 이하 대상자에게 필수 의료서비스의 낮은 본인부담률을 현행대로 유지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
교육급여는 학생인 수급자에 대해 입학금, 수업료, 학용품비 등을 지원하던 것을 앞으로는 중위소득 50% 수준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의 교육비를 지원한다.
생계급여, 주거급여도 중위소득 30~43% 수준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해 사안별로 급여수준을 조정한다.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한다.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소득기준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가령 경기 안양에 사는 유씨 부부는 부양의무자인 아들의 소득이 350만원으로,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돼 그동안 수급자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유씨 아들은 네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부모 부양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유씨 부부도 수급자 적용을 받아 생계·주거급여로 약 78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급여 또는 요금할인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연간 12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법안은 지난해 5월24일 발의된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정부는 다음 달부터 수급자 37만명에게 지급할 예정인 2300억원을 불용 처리하기로 했다.
◇산재보험 적용률 제고 위한 산재보상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학습지 교사나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6개 직종 특수형태 근로자에게 산재보험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들 특수형태 근로자는 지금도 업무상 재해를 입을 경우 보험적용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근로자가 산재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으면 아무런 제한조건 없이 적용대상에서 빠질 수 있어 문제로 지적돼왔다. 근로자는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싶어도 사업주 눈치 등을 이유로 보험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월 현재 44만명의 특수형태 근로자 중 산재보험을 적용받은 비율은 9.8%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수형태 근로자를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하려고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여가 지났지만, 적용률은 10% 이내로 대다수 근로자가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개정되면 앞으로는 이들 특수형태 근로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유가 강화된다. 부상과 질병, 출산 등으로 말미암아 한 달 이상 휴업해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로 제한된다. 보험 적용제외 요건이 깐깐해지면서 약 40만명의 특수형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2013년 5월31일 발의된 이후 1년 넘게 국회 법사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