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사외이사 겨냥 "변화 필요한데… 책임 정착 안 돼"노조 등 "KB사태 원인 제공 이사회·상임감사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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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사회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을 향한 칼날을 여전히 겨누고 있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함께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 사태의 원인으로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이사회 책임론'은 노조 등 KB금융 안팎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사이의 갈등 뒤에는 사외이사들이 있었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오갑수 국민은행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6일 임기가 끝나는 오 이사의 거취에 따라 국민은행 및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어,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책임' 논란, 경영진 뚫고 이사회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KB금융 사태와 관련, 국민은행과 KB금융 이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23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사외이사나 이사회의 책임 부분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이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경영진으로서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두 수장은 중징계를 먹은 바 있다. 특히 임 전 회장의 경우 금융위는 금감원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사회의 '책임'을 거론한 신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금융당국의 칼날이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노조 "이사회·상임감사, KB사태 책임져야"
'이사회 책임론'을 제기하는 건 금융당국 만이 아니다. 노조 등 KB금융 안팎에서도 사외이사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갈등구도의 이면에 이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KB금융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갈등구도에는 이사회도 얽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 전산기 교체를 놓고 두 수장이 보인 갈등의 이면에는 임 전 회장과 친분관계가 있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위원장은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선임시킨 주체도, 몰아낸 주체도 결국 양 사의 이사회"라며 "두 수장이 물러난 이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원인 사외이사들은 왜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 전 회장은 이사회가 해임결의안을 채택해 퇴직했으며, 이 전 행장 역시 퇴임 직전 "내 거취 문제는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발언, 자신의 거취가 이사회와 관련 있음을 시사했다.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대 위원장은 "정 감사는 주 전산 시스템이 결정된 뒤에야 IBM의 편을 들며 문제를 제기했다"며 "만약, 사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문제를 제기할 의도였다면 결정 되기 전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결국 국민은행이라는 조직의 손실에 관심을 가졌다기 보다는, 권력 다툼을 위한 꼬투리 잡기였던 셈"이라며 "그 역시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임기 만료 임박 오갑수 이사… 책임지고 물러나나?
이처럼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오는 26일 임기가 끝나는 오갑수 국민은행 사외이사의 거취에 KB금융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금융그룹에 따르면 국민은행 이사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이 날 오 이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사추위는 은행장과 사외이사로 이루어지는데, 은행장이 공석인 만큼 사실상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뽑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오 이사가 스스로 물러날 경우 국민은행과 KB금융의 다른 사외이사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반면, 오 이사가 연임될 경우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및 은행장 선임, 사외이사 연임 등에 직접 관여하는 관행이 이어져 논란을 키울 전망이다. 특히 "이사회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논란을 피할 방법이 없게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의 오 이사는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이사의 연임이 결정되면 ‘관피아’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금융권은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