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퇴선 명령·방송 여부 집중 추궁해경 "구조 요청한 사람 다 구조했다"
  • ▲ 고개 숙인 세월호 선원들.ⓒ연합뉴스
    ▲ 고개 숙인 세월호 선원들.ⓒ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해양경찰청 123경비정 김경일 정장이 16일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을 못 봐서 구조를 못했을망정 구조 요청한 사람은 다 구조했다"고 밝혔다.


    김 정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히면서 "당시 배 안에 탈출하지 못한 수백 명의 승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정장 증언에 국감을 방청하던 세월호 유가족은 "구하긴 뭘 다 구했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김 정장은 퇴선 명령과 관련해선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에서 퇴선 방송 명령 지시를 받았지만, 현장상황이 긴박하다 보니 경황이 없어 놓쳤다"며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침몰 선박에 대한 구조경험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세월호 일등항해사인 강원식씨는 "선장이 탈출 명령을 내렸느냐"는 안효대(새누리당) 의원 질의에 "선장이 저한테 탈출하라는 명령을 하지는 않았다.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승객에게 같이 퇴선하자고 안 했나", "선장에게 승객 탈출명령을 왜 건의하지 않았나"라는 질의에 "당시 생각을 못 했다"고만 답했다.


    이틀째 이어진 이날 농해수위 국감에서는 해경과 선원들의 승객 퇴선명령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위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해경은 '경황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퇴선명령 지시를 받고도 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했다.


    반면 선원들은 탈출 방송과 관련해 '선장이 자신에게 명령하지 않았다', '생각을 못 했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박민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선원 중 누구도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했고 퇴선명령과 관련해선 죽은 사무장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승객 구조는 해경 몫이라고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안효대(새누리당) 의원은 "배가 기울 때 (선원들은) 선장에게 승객 퇴선을 건의했어야 하지만, 승객은 남겨둔 채 자신들만 탈출했다"면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123경비정도 선내 진입은 물론이고 퇴선 방송도 하지 않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경대수(새누리당) 의원은 "탈출과정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6분17초 만에 승객 전원이 탈출하는 것으로 나온다"며 "123경비정이 선장을 탈출시킬 때 조타실에서 탈출명령만 제대로 내렸어도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 의원은 "김 정장은 '구조를 요청한 사람은 모두 구조했다'고 말했는데 밖에서 구조 헬기가 날아다니고 구조선박도 와 있으니 승객은 곧 구조될 것으로 믿고 기다리지 않았겠냐"며 "해경이 선장을 구조하는 장면을 보면 가라앉는 선박 창문 안에서 피해자들이 내다보고 있었다"고 따져 물었다.

  • ▲ 답변하는 해경 123정 정장.ⓒ연합뉴스
    ▲ 답변하는 해경 123정 정장.ⓒ연합뉴스


    퇴선 방송이나 명령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는 도중에 김문홍 전 목포해경 서장은 "오전 9시14분께 (목포해경) 상황실을 통해 퇴선명령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 의원이 "그럼 상황실장이 서장의 명령을 무시한 거냐"고 추궁하자 김 전 서장은 "상황실장이 정황을 판단했겠지만, 당시 123경비정에서 최선을 다한 걸로 파악했다"고 대답했다.


    자연스레 위원들의 질의는 목포해경의 탈출 명령에도 이를 어긴 123경비정의 현장 대응에 집중됐다.


    신정훈(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3경비정이 목포해경으로부터 출동명령을 받고 침몰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30분쯤 시간이 있었다"며 "긴박한 상황이고 배가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 진입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이동하면서 현장에 대해 고민만 했어도 승객 구조나 퇴선 명령 중 어떤 거라도 했어야 한다.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지 회피해선 안 된다"고 질책했다.


    이인제(새누리당) 의원은 123경비정이 현장으로 이동하며 세월호,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통신을 유지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한 뒤 "대규모 인원이 배 안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해경이 배에 진입하거나 탈출시키려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배가 눈 깜짝할 새 가라앉는 것도 아닌데 탈출 작전의 성공 여부를 떠나 시도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추궁했다.


    최규성(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목포해경은 10시4분 123경비정에 '승객이 반대방향으로 뛰어내리게 유도하라'고 탈출 방송을 지시했다"며 "상부기관에서 지휘관인 김 정장에게 탈출 방송을 지시했는데 방송 설비가 없던 것도 아니고, 30년 경력의 책임자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한편 전날 동행명령장을 발부받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농해수위는 이 선장을 비롯해 세월호 선원과 진도 VTS 센터장 등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이들이 재판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자 15일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