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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놓고 또다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2년 4월부터 각 지자체별 조례를 통해 시행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매달 두차례씩 1년에 24차례 휴업을 하고 있다.
논쟁의 시발점은 대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다. 전경련은 지난 3일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경련은 이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해 전통시장 방문 횟수를 늘린 것은 연간 평균 0.92회에 불과하다"며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대체쇼핑으로 장바구니 지출은 연 평균 6만8000원 줄었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방향에 대해선 의무휴업제의 폐지나 완화(61.5%)라는 응답이 현행 유지(28.3%)라는 응답의 2배를 넘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경련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통시장 보호측면에서 정책적 실효성이 결여된 규제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같은 주장이 나오자 중소기업계는 발끈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전경련의 조사결과 발표는 사실을 왜곡한 편향된 조사다.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그 어떤 시도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소기업계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연구원(중기연) 등도 소상공인 단체들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전경련의 주장에 맞섰다.
중기연과 한국중소기업학회는 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소상공인 생업망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대형유통기업들의 도매분야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 경우 상품공급에 있어 독과점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중소형 유통업체들의 조직화와 협업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은 "최근 대형쇼핑몰이 입점한 서울, 파주, 고양 3개 지역은 대형쇼핑몰 출점 전 1개 점포 당 3.1명이었던 종업원 수가 출점 후 2.5명으로 고용이 20.3% 감소했다"며 "지자체는 대형쇼핑몰 유치 보다는 중심시가지 상권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지속가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역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대규모점포 관련 규제대상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 대형쇼핑몰을 규제범위에 포함시키고,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명령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 등 실효성 있는 제제수단 강화 등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태 중소기업청 중소유통상생팀장은 "대형유통기업의 도매사업 확장은 중소도매기업의 생업망을 축소시키고, 유통분야 독과점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선진국의 자율상권구역과 같이 도시계획과 연계해 지속가능하고 특성화된 시가지 상권육성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정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사업조정대상으로 상품공급점이 포함될 수 있도록 상생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상품공급점에 대해서도 의무휴무일, 영업시간 제한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유통업체는 의무휴업과 관련한 소송이나 언론을 통한 사회적 이슈제기 등을 지양해야 한다"며 "중소유통보호와 상생을 존중하는 미래지향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학교 교수는 "대형마트·SSM(기업형슈퍼마켓) 영업제한제도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 점포에 대한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치므로 유통채널상 직접적인 경쟁구도(대형마트 대 전통시장, SSM 대 골목슈퍼)에 있다"며 "중소유통이 대형유통업체와 가격측면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공동구매 활성화와 물류센터의 효율화를 통해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는 대형마트가 도심권에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청와대 직속으로 소상공인 문제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 조직을 신설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