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실종자 가족 용단…죄인의 심정"인양은 기술검토·의견 수렴 거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서 결정가족들 "잠수사 안전 중요…정부가 선체 인양 방법 강구해달라"
  • ▲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사고 현장 수색 종료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사고 현장 수색 종료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11일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209일 만이다.


    이번 수색 중단 결정은 용단을 내린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수중수색 중단…선체 격실 붕괴 등 수색여건 위험


    정부는 이날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세월호 수색작업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정리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오전 9시35분께 시작한 대국민 발표에서 "200여일간 지속해온 실종자 수중수색 작업 종료를 발표한다"며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 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수색작업을 종료하게 돼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사랑하는 혈육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 여러분께 무슨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홉 분을 찾지 못한 데 대한 모든 책임은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인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7개월여간 내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수색에 최선을 다했지만, 선체 내 격실 붕괴 등 수색여건이 너무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해상 여건까지 악화하고 있고 수색작업을 무리하게 계속하다가는 자칫 또 다른 희생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게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제는 실종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안전에 관한 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잠수에 의한 수색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실종자 가족이 용단을 내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수중수색 종료를 요청해주셨다. 죄인의 심정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해 준 잠수사와 군·경·소방 관계자, 어업인, 연인원 5만여명의 자원봉사자, 성금과 지원물품을 보내준 개인과 기업·단체 그리고 다른 피해자이면서도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은 진도군, 안산시 주민 등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사고 수습과정에서 희생하신 잠수사, 소방관, 군·경, 공무원의 명복을 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는 "마무리 수습과 피해자 지원 등 후속조치는 입법 중인 세월호 피해보상특별법과 재난 관계 법령 등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사고 피해자와 가족의 몸과 마음이 조속히 치유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부터 수중수색을 종료한다. 선체에 봉인 조처를 하고 시신 유실방지를 위한 수색활동도 마무리한다.


    사고수습을 위해 설치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현장 정리를 위해 축소 운영하다가 해체한다.


    인양 등 선체 처리 문제는 해역 여건과 선체상태 등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실종자 가족,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 중 확인된 사망자는 295명이다. 단원고 학생 4명, 교사 2명, 일반 승객 3명 등 9명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종료를 선언한 11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수색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인양계획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연합뉴스
    ▲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종료를 선언한 11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수색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인양계획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연합뉴스


    ◇가족들 "잠수사 안전 중요"…해수부 내 인양 기구 구성키로


    남은 실종자 가족들도 이날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각 이후 수중수색을 멈춰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아직 수색이 되지 못한 곳이 남아 있기에 힘든 일이지만, 수중수색을 더 치밀하게 계획해 모든 구역을 수색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며 "하지만 선체 내 격실 붕괴 현상이 심화해 잠수사들의 안전이 위험해지고 있고 무리한 수색이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올 수 있어 고뇌 끝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사의 안전"이라며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더는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210일간 수색작업에 임해준 잠수사들이 자신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영웅이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가족들은 "비록 수중수색 활동이 중단되더라도 정부는 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선체 인양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해수부는 인양 사전조사 등을 위한 기구를 구성해 정보를 공유하기로 약속한 만큼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10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장관이 이날 담화문을 발표한다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정부가 겨울철 수색 대책 수립도 계속 미루고 잠수사들의 철수 요구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장관 면담을 요청, 일주일 전쯤 10일께 장관이 진도에 내려오도록 조율하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그러나 10일 오전에 장관이 올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고대책본부에서 아직도 11월 수색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고 최근 민간 잠수사와 작업 바지 철수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미뤄 이날 정부가 수색 종료를 공식 선언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었다. 현재의 수중 수색방식을 종료하고 인양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