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비용이 관세절감 효과보다 많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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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의 블로그 캡처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라는게 있다.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면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이나 통관절차, 표준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더 들어 거래비용 절감이 애초 기대효과보다 반감되는 현상이다.

     

    대상국별 혹은 지역별로 다른 규정이 적용돼 서로 얽히고 설키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같은 현상이 마치 스파게티 접시 속 국수가닥과 닮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멕시코 소재 자회사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 특혜관세를 적용받았던 포드사가 미국 세관이 요구한 원산지 증명서류를 구비하지 못해 4100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낸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세청이 원산지 증명에 관한 내용을 잘못 해석해 인도산 다이아몬드 수입업체들이 3억3000만원의 관세를 부과받았다가 뒤늦게 환급받은 경우도 있다. 세번 변경이 필요하지 않는 소량의 비원산지 원재료를 두고서도 FTA별로 한국산 인증에 차이가 존재한다. 예컨대 아세안 국가에 수출하는 섬유제품의 경우 수입 원재료가 10% 미만이면 해당 제품이 국내산으로 인정받지만 칠레나 싱가포르는 8%, 인도와 미국은 7% 미만이어야 한다. 또 FTA별로 민감품목도 차이가 난다.

     

    FTA의 핵심이 국가간 관세장벽을 허물어 무역을 더욱 활성화시키는데 있는 만큼 추가 관세 부담은 대표적인 FTA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0년새 13건의 FTA를 체결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각국과 FTA를 진행중인 우리로서는 기대효과 만큼이나 더욱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상대국이 수출하는 상품중 그 나라가 원산지로 인정하는 경우에만 관세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FTA 체결국마다 서로 다른 원산지 규정을 적용한다는데서 출발한다.

     

    FTA를 50여개국과 체결한 우리로서는 각 나라의 원산지 규정에 맞추느라 더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비용과 문제점 등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얽히고 설킨 스파게티볼 효과 발생의 원인이 된다.

     

  • ▲ ⓒ제공=무역협회
    ▲ ⓒ제공=무역협회

     

    지난 2002년부터 FTA에 나선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과 EU, 아세안 등 47개국과 9건의 FTA가 체결된 상태다. 호주, 캐나다, 콜럼비아와는 협상을 모두 마무리짓고 국회 비준만 남겨놓고 있으며 최근 중국과도 어렵사리 타결을 이뤘다.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4개 나라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답보상태인 일본, 멕시코, GCC 등 8개국과도 조만간 다시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연간 1조700억 달러의 교역 규모에서 중국까지 포함할 경우 FTA 발효나 타결국과의 거래액은 66% 7500억달러에 달한다.

     

    켜져가는 교역규모와 늘어나는 FTA 속에서 대표적 부작용인 스파게티볼 효과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FTA 활용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서비스와 원산지 체제 정비, 다자간 협정 등의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