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케이-패션전 성료…문창살 무늬 부각해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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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정상급 한복 디자이너 권진순씨가 묵묵히 패션 본고장인 파리 시장을 개척하며 패션의 한류는 물론 1인 창조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권씨는 이달 2~12일 프랑스 파리 8·9갤러리에서 권진순 케이-패션전(K-FASHION)을 열었다. 2012년 첫 전시회를 연 이후 벌써 3년째다.


    파리뿐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활동 무대를 넓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파리 패션시장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졌다.


    작품 수도 지난해 부다페스트 전시회를 고려해 한복과 양장(미복·美服) 등 70여점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머플러, 숄, 원피스, 목걸이 등 30여점으로 줄였다.


    대신 올해는 문창살 무늬를 주 디자인으로 잡고 파리지앵의 환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그동안 권씨 의상 콘셉트는 외국인 체형을 고려해 옷의 정형화된 재봉선을 없애고 정해진 치수 없이 누구든 몸에 두르는 대로 옷매무새를 연출할 수 있어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다.

    주 액세서리인 모자만 해도 철사와 긴 끈을 이용해 쓰는 사람이 비틀고 조이고 돌리는 정도에 따라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었다.


    올해는 기존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문창살 무늬를 전면에 부각했다.

    그동안 특정한 주제보다는 편안함과 고요함 등 한국적인 정서에 아름다움을 녹여내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소위 '미는'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권씨는 "앞으로 우리의 문창살 무늬를 주 디자인 콘셉트로 잡으려 한다"며 "한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이지 않아 좋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 ▲ 한복디자이너 권진순씨가 2012년 제1회 프랑스 파리 케이-패션전을 앞두고 충남 금산군 추부면 하늘물빛정원에서 가진 리허설. 2009 미스코리아 미 유수정씨가 아름다운 한복 자태를 뽐내고 있다.ⓒ권진순 한복
    ▲ 한복디자이너 권진순씨가 2012년 제1회 프랑스 파리 케이-패션전을 앞두고 충남 금산군 추부면 하늘물빛정원에서 가진 리허설. 2009 미스코리아 미 유수정씨가 아름다운 한복 자태를 뽐내고 있다.ⓒ권진순 한복


    흔히 한국적인 것이야말로 세계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것에서 모티프를 찾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승화시켜야만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권씨는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파리지앵들이 말로는 '원더풀'을 외치지만, 고요한 이미지를 주로 어필해온 한복패션 이미지를 촌스럽고 답답하게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며 "문창살 무늬는 고유의 느낌도 살릴 수 있고 서양의 체크무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반응이 뜨거웠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파리 시민들이 갤러리에 전시된 색다른 느낌의 동양 옷과 액세서리를 소장용으로 사려고 지갑을 열었다면 올해는 일상적인 구매의 차원으로, 미묘하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회성 반짝 행사로는 파리지앵의 환심을 살 수 없기에 지속적인 전시회를 통해 먼저 현지인들의 안목을 트여주려고 작품성과 독창성에 무게중심을 두어 왔는데 오히려 상품성을 적절하게 가미한 게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권씨는 "파리 진출 3년 만에 주력할 모티프를 찾고 현지 반응도 좋아 마음이 편하다"며 "이제 수공예 작품에 대한 작가적 인지도를 좀 더 키워 브랜드화하고 기획 마케팅을 통해 고가에 수출하는 일만 남았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 ▲ 2012년 프랑스 파리 8·9갤러리에 열린 제1회 케이-패션전에서 현지 관람객이 권진순 한복 디자이너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속 작품은 프리 사이즈로, 덩치 큰 외국인도 걸치는 대로 옷매무새를 연출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권진순 한복
    ▲ 2012년 프랑스 파리 8·9갤러리에 열린 제1회 케이-패션전에서 현지 관람객이 권진순 한복 디자이너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속 작품은 프리 사이즈로, 덩치 큰 외국인도 걸치는 대로 옷매무새를 연출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권진순 한복


    권씨는 지난 2년간 중저가보다 중고가 전략을 구사해왔다. 중가는 시장반응을 살피려는 계산이었다. 권씨는 앞으로는 고가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미복 제작이 기본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귀한 모티프를 값싸게 팔고 싶지 않아서다.


    스카프의 경우 제1, 2회 때는 6만~15만원 선에서 판매가 이뤄졌다. 올해는 22만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대박 판매 유혹을 떨쳐내고 당장은 중박에 그치더라도 앞으로의 고가전략 구사를 위해 포석을 깐 것이다.


    권씨는 "파리인들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독특함에 엄지를 치켜세워준다"며 "현지에서의 작가적 인지도나 브랜드력을 좀 더 키우면 고가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션의 본고장을 개척하려는 1인 창조·수출기업으로서 앞으로 권씨의 행보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 ▲ 권진순 한복 디자이너.ⓒ권진순 한복
    ▲ 권진순 한복 디자이너.ⓒ권진순 한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