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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이러면 안 된다. 누구 하나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철피아 철피아' 하던데 정말 무서운 조직이다."
최근 '감곡역사 비상대책위원회'는 감사원에 한국철도시설공단(강영일 이사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중부내륙철도 112정거장 역사 이전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할 방법이 국민감사뿐이라 생각해서다.
이들이 국민감사에 기댄 이유는 간단하다. 그 누구도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조언을 해주지 않아서다.
비대위 관계자는 "교수, 연구원은 물론 민간회사들까지 모두 정보제공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음성군 감곡면 주민들로서는 갑작스러운 역사 이전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한 달 새 '이전불가'에서 '이전'으로 바뀐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비대위측은 "파면 팔수록 나오는 의혹들에 철도공단은 뻔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의혹을 해소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얻지도 못했다. 무소불위의 철도공단에 대응할 업체도 학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철피아 조직에 대들 이도 없던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철도'로 먹고사는 모든 이들이 다 철도공단과 한통속인 걸 알고 있느냐"며 "철도공단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거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번 국민감사 청구가 받아들여져 철도공단의 검은 속내가 밝혀지길 바라지만, 큰 기대를 걸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인 그들에게 감사원도 다 똑같은 조직으로 보여서다.
감곡역사 비대위는 감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형사고발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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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단은 최근 철피아 이미지 탈피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강영일 이사장은 공단의 핵심보직이자 선임직위인 건설계획처장을 철도학교 출신 토목직으로 배치하던 관행을 깨고 비철도학교 인사를 앉혔다.
또 부장이상 직위에 대해 부서별 철도학교 출신 비율을 50% 이하로 낮추고 철도고 또는 철도대 출신이 직속 상하관계에 같이 배치되지 않도록 교차인사를 단행했다.
강 이사장은 "학연, 지연 등 줄서기나 인사 청탁을 배제, '철피아' 오명을 벗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공단 조직 곳곳에는 그간 쌓아온 관례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철피아 오명을 벗기 위한 철도공단의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갑'의 위치에서 생각한 혁신은 결코 '을'의 공감을 받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