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2단계 침목 사태부터 PST도입까지 커넥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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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철도시설공단(강영일 이사장)과 한 철도궤도 업체간 검은사슬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철피아(철도+마피아)' 근절에 나섰지만 '철도공단=철피아' 방정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17일 철도궤도업계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이앤씨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철도궤도 자재인 PST를 철도공단이 도입하면서 독점기술을 보유한 삼표이앤씨가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를 만들어 준 것이다.

     

    PST공법은 종전의 직접타설 콘크리트도상궤도와 달리 규격화된 콘크리트 슬래브 패널을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 현장에 시공하는 방식이다. 삼표이앤씨와 철도공단이 실용화 협약을 맺은 2011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철도공단은 PST공법을 설계에 포함한 궤도사업 발주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궤도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PST를 포함한 견적서를 산출,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신청을 하고 있다.

     

    한 궤도업계 관계자는 "궤도공사는 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데 PST를 삼표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회사가 (PST를)직접 제작하고 시공하는 삼표이앤씨와 경쟁이 되겠냐"며 "PST를 포함한 궤도공사에서 삼표이앤씨가 낙찰되지 않은 곳은 몰아주기 의심을 피하려는 '들러리' 현장으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삼표이앤씨는 (PST)시공을 본인들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현장에서 펜스를 치고 타사가 못 보게 공사를 한다"며 "삼표이앤씨는 공사를 따내든 못 따내든 PST 판매 및 시공을 보장 받기에 손해 볼 게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궤도업계의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철도공단은 "해당 자재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앞으로도 발주를 계속하겠다"는 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궤도업계는 철도공단과 삼표이앤씨간 단단한 검은사슬이 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궤도업계에 따르면 철도공단과 삼표이앤씨간 검은사슬은 2009년 경부고속철 침목균열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연합뉴스
    ▲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연합뉴스

     

    조현용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이끌던 2009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궤도4공구(대구~울산)에서 침목균열이 발견됐다. 2단계 시공에 사용된 콘크리트 침목 15만여개가 모두 불량인 것으로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다.

     

    철도공단은 해당 구간을 공사한 시공사의 탓으로 돌리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철도공단 관계자는 "침목 균열 원인에 대해 제작업체가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방수발포충진재 대신 흡수성 스펀지를 사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시공사인 삼표이앤씨는 "천원레일원의 침목제작공장에는 독일기술자(Rail-One)와 제작감독자(철도기술공사)가 상주했으나 설계와 다른 매립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 ▲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연합뉴스
    ▲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연합뉴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당시 삼표이앤씨 직원이 철도공단에 이의를 제기, 소송을 준비하려 한다고 했었는데 얼마 후 갑자기 삼표이앤씨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기로해 의아했다"며 "해당 사건으로 삼표이앤씨는 불량 업체로 찍히는 것은 물론 수백억원의 손해를 봐야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삼표이앤씨는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며 궤도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궤도업계는 "철도공단이 경부고속철도 사건이 마무리된 이듬해 갑자기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대상공사 낙찰기준(PQ)을 삼표이앤씨에 유리하게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철도공단의 PQ 심사항목 및 배점기준에는 설계금액 2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궤도공사는 신기술 개발 및 활용 실적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기준을 보면 신기술개발 3건 이상 2점, 신기술 활용실적 50억 이상 3.5점으로 총 5.5점 만점을 받는 항목이다.

     

    2010년 10월 26일 개정 이전에는 신기술 개발 부분 1.5점 만점, 신기술 활용실적 2점 만점이었다.

     

    개정 이후 배점이 상향됐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상향된 배점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철도궤도업계 관계자는 "철도공단이 신기술 배점을 상향한 이후 대기업 계열사인 삼표이앤씨와 한국 철도 역사의 산증인인 궤도공영만이 만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낙찰 기준상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철도공단은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입찰시 다수의 궤도업체가 경쟁을 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조달청의 경우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공사는 신기술에 대한 '배점한도'를 적용, 경쟁입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경부고속철도 침목 사태 이후 해당 시공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PQ 심사기준이 바뀐 데 이어 PST공법까지 도입되자 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PST 공법을 포함한 일반철도궤도공사인 울산~포항 복선전철 신경주~포항 궤도부설공사는 PST 적용공사비가 전체공사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 철도궤도 업계 추산  울산~포항 복선전철 신경주~포항 궤도부설공사비.ⓒ뉴데일리경제
    ▲ 철도궤도 업계 추산 울산~포항 복선전철 신경주~포항 궤도부설공사비.ⓒ뉴데일리경제

  • ▲ 철도궤도 업계 추산  울산~포항 복선전철 신경주~포항 궤도부설공사비.ⓒ뉴데일리경제
    ▲ 철도궤도 업계 추산 울산~포항 복선전철 신경주~포항 궤도부설공사비.ⓒ뉴데일리경제

     

    업계 추산으로 집행예산은 실제 적용되는 견적가격(설계금액의 98.5%)으로 계산할 경우 타공법의 유사공사현장 낙찰예상금액 대비 약 30억원 이상 예산이 과집행 된다. 전체금액을 계산해 보면 56억원 이상의 예산이 과집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경제성 면에서는 기존의 직접타설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제에 의한 입찰진행시 신기술보유업체는 타궤도업체보다 최저가로 응찰할 수 있어 낙찰자 결정에 매우 유리해 철도공단의 삼표이앤씨 특혜의혹이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삼표이앤씨는 PQ를 앞두고 타사들에게 본인들의 견적서를 공문으로 배포하며 '배짱'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철도궤도 업체 관계자는 "타사에 본인들의 견적서를 공개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냐, 상상도 못 할 일 아니냐"며 "삼표이앤씨가 얼마나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인지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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