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올 3월 쿠쿠 상대 소송 제기쿠쿠 특허법무팀 법적 대응 방침얼음정수기 시장 디자인 분쟁 심화
  • ▲ 코웨이의 아이콘 얼음정수기(왼쪽) 쿠쿠의 제로 100 슬림 얼음정수기(오른쪽) ⓒ코웨이
    ▲ 코웨이의 아이콘 얼음정수기(왼쪽) 쿠쿠의 제로 100 슬림 얼음정수기(오른쪽) ⓒ코웨이

    얼음정수기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제품 디자인을 두고 업체 간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코웨이가 쿠쿠를 상대로 디자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쿠쿠도 법적 맞대응을 예고한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는 코웨이가 올해 3월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디자인권 침해 소송에 대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쿠 측은 "현재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특허법무팀에서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자사도 디자인권을 가지고 있기에 침해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코웨이는 쿠쿠의 ‘제로 100 슬림 얼음정수기’의 외관 디자인 및 주요 기술 특징 등이 자사의 ‘아이콘 얼음정수기’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판매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쿠쿠의 제품이 아이콘 얼음정수기와 ▲상하부의 각진 직육면체 2개가 결합된 형태 ▲각각의 모서리 길이 ▲전면부 버튼 및 디스플레이 배치 등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와 심미감이 유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코웨이는 2022년 6월 아이콘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며 디자인권을 특허청에 출원했고, 2023년 2월 특허 등록을 마쳤다. 따라서 작년 4월 출시한 쿠쿠의 제품이 디자인을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코웨이는 작년 8월 쿠쿠에 경고장 및 내용증명 등을 발송하며 원만한 합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양측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코웨이 관계자는 “최근 후발 업체들의 무분별한 지식재산권 침해 정도가 심해져 자사 고유의 기술적 역량과 독창성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에 대해 쿠쿠의 제품이 코웨이의 디자인권과 동일·유사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쿠쿠가 코웨이를 상대로 디자인권이 무효가 돼야 한다는 무효심판을 제기한다면 침해 소송은 계류가 돼 향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박건홍 파이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디자인권 분쟁의 핵심 쟁점은 침해 판단이며, 향후 침해 사실이 확인된다면 판매 비중을 통해 손해배상액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창규 케이투비 특허법인 대표 변리사는 “통상적으로 소송에서 권리자는 유리한 입장이며, 상대방이 권리 침해가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세 배에서 여섯 배까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 얼음정수기 수요 확대로 업체간 소송 잇따라


    코웨이는 지난해 교원웰스 ‘아이스원 얼음정수기’에 대해 제기한 판매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이어 쿠쿠에 대해서도 소송을 접수해 업체 간 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코웨이가 법적 대응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얼음정수기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꼽을 수 있다.

    얼음정수기는 이미 포화 상태인 기존 정수기 시장에서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대표 효자 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업체별 매출이 동기 대비 최대 40%까지 상승하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얼음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얼음정수기가 매출 4조원 달성의 효자 역할을 했다.

    쿠쿠도 올해 1월까지 얼음정수기 월평균 판매 성장률이 22%에 달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LG전자가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는 등 시장 경쟁이 심화되자 기존 업체들이 점유율을 공고히 하기 위해 법적 분쟁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얼음정수기 업체 간 법적 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여전히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과열 양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웨이는 쿠쿠의 ‘레스티노 가구형 안마의자’와 ‘인스퓨어 대용량 공기청정기’에 대해서도 자사의 제품과 유사성을 주장하며 추가적인 법률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