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HBM 수요에 라인 확장 절실핵심 장비 'TC본더' 멀티벤더 전략한미반도체 대신 한화세미텍 확대 여지한미와 '강대강' 대치 극복할지 주목
  • ▲ 한미반도체 TC본더 장비 ⓒ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 TC본더 장비 ⓒ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가 이달 중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핵심 장비인 열압착장비(TC본더) 신규 발주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기존 TC본더 핵심 공급사였던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 공급망에 진입한 이후 또 한번의 대규모 수주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인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중 수백억 원 규모 TC본더 공급사 신규 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TC본더는 D램을 쌓아 완성되는 HBM 제조 공정에서 패키징 단계에 쓰이는 장비로, 열과 압력을 가해 여러개의 D램을 연결하는 핵심 장비다.

    SK하이닉스는 몰려드는 HBM 주문에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늘리고 HBM 신규 생산라인을 빨리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TC본더 추가 계약을 추진하는 것도 SK하이닉스가 올해와 내년 이후 HBM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에 들어간 것이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TC본더 업체들도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경쟁에 본격 돌입한 상황이다. 일찌감치부터 SK하이닉스와 HBM 장비 분야에서 협력해온 한미반도체가 추가 TC본더 장비 공급에도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최근 SK하이닉스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지난해부터 핵심 장비인 TC본더 공급사 다변화를 추진했다. 당초 한미반도체를 솔벤더(단독 공급사)로 운영하던 SK하이닉스가 싱가포르 장비사인 ASMPT의 장비를 HBM3E 8단 제품용으로 도입하면서 신호탄이 터졌다.

    한미반도체 대비 기술력이 떨이진다고 평가받던 ASMPT가 SK하이닉스의 핵심 HBM 장비로 선택을 받으면서 한미의 위기감이 현실화됐다. 일각에서 ASMPT의 장비 성능이 한미반도체 장비보다 우수했다는 평가까지 더해져 충격을 줬다.
  • ▲ SK하이닉스 HBM3E 16단 적층 모형 ⓒ뉴데일리DB
    ▲ SK하이닉스 HBM3E 16단 적층 모형 ⓒ뉴데일리DB
    한미반도체의 결정적 타격은 지난달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210억 원 규모의 TC본더 공급 계약을 신규로 체결하며 시작됐다. 한미반도체와SK하이닉스의 균열도 여기서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기술 협력 과정이나 공급 이후 이를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들은 이어져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솔벤더를 유지하고 있던 상태에선 적당히 봉합이 가능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멀티벤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갈등은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한미반도체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긴 했지만 현재로선 SK하이닉스가 추가 TC본더 장비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기조를 막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이뤄지는 장비 공급 계약에서는 한화세미텍이 세를 넓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내로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갈등을 봉합하고 추가 계약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최근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 장비 관리에 투입했던 엔지니어 인력 상당수를 철수했다고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미반도체의 장비 가격 인상 카드도 앞으로 SK하이닉스와의 관계에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에 TC본더 장비 단가를 25~28% 가량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