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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국제유가의 하락세에 국내 조선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던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 아래로까지 붕괴됐다. 이런 상황에도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감산 불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유가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같은 소식에 선박과 비행기를 운영하는 해운, 항공업계의 경우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나 정작 선박을 만드는 조선업계엔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래먹거리로 불리던 원유를 시추하는 설비인 해양플랜트의 발주 역시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소들은 전체 수주의 60% 이상을 해양설비로 메우는 등 나란히 수주목표 초과달성에 성공한 바 있다.
해양설비는 1기만 수주하더라도 수척의 상선을 계약한 것과 같은 수준의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어, 해양 시장이 활기를 띌 경우 조선사들의 수익도 눈에 띄게 불어나게 된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 조선사들의 숨통이 쪼그라드는 상황이 닥치게 된다. 지난해들어 점차 유가가 하락세를 띄며 자연스레 글로벌 해양 발주도 크게 줄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오일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 발주의 증감을 결정하는 유가기준은 80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가 80달러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해양플랜트 발주를 늘리지만 그 아래의 경우 차라리 발주를 하지 않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지난해에는 빅3 3사 합쳐 해양설비 수주가 9기에 그쳤고,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 대박을 터뜨린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는 수주목표 달성에도 실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에는 글로벌 해운동맹 본격 출범 및 셰일가스 붐 등의 영향으로 컨테이너선과 LNG선 중심의 발주가 다수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 회복을 위해선 결국 해양플랜트 발주의 회복세가 이어져야 한다"며 "당장은 LNG와 관련된 해양설비인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판 철강업계의 경우 유가하락 소식에도 무덤덤한 반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자재 수급이 유가와 연관관계가 없을뿐더러, 제철소에서 나오는 각종 부생가스들을 발전연료로 재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