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오일머니 의존도 커, 신규수주 감소 우려
  • ▲ 자료사진.ⓒ대림산업
    ▲ 자료사진.ⓒ대림산업

     

    연일 떨어지는 국제 유가에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해외건설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사들에 중동지역 발주처의 경영악화는 곧 수주 감소와 같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배럴당 0.43달러(0.9%) 하락한 48.36달러에 거래됐다.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다.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하락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감산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단기간 내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국내 건설업계는 수주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신규 수주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데 가장 큰 시장이 중동의 오일머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지역별 계약현황을 보면 지난해 총수주액(660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313억달러가 중동에서 이뤄졌다. 수주 공종 역시 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산업설비가 517억달러를 차지했다.

     

    정유·화학플랜트 발주 감소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악화와 직결돼 올해 건설산업 전망에도 부정적이다.

     

  • ▲ 자료사진.ⓒSK건설
    ▲ 자료사진.ⓒSK건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2015년 산업기상도를 발표했다. 건설, 철강, 조선, 정유 업종은 '흐림'이 예상됐다. 건설은 지난해 '구름 조금'에서 '흐림'으로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산유국인 중동지역에서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올해 경영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추는 분위기다. 아직 경영목표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SK건설 등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으로 해외수주목표를 정할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뤄진 일부 사업장이 올해 발주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유가 하락으로 발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수주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신년사 등을 통해 발주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해외는 환율불안과 유가 하락으로 신흥국들과 중동 산유국의 발주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우리가 진출해 있는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재정악화로 매출 부진 및 손실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도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저가 공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선진사들의 협공 등으로 해외 수주 환경은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은 건설인 신년 인사회에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중동 수주 규모가 줄고 있다"며 "플랜트에서 벗어나 디벨로퍼 위주로 사업을 전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 ⓒ해외건설협회
    ▲ ⓒ해외건설협회

     

    이처럼 산유국의 발주환경이 악화되자 건설업계는 대책으로 수주 다변화를 외치고 있다.

     

    건설업계의 탈중동 움직임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신시장 개척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는 총 660억달러 중 유럽에서 67억달러, 중남미 67억달러, 아프리카 21억달러를 수주했다.

     

    또 단순히 시공만 하는 것이 아닌 투자개발형, 금융조달형 등 고부가가치화 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도 해외사업은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만 선별 수주에 나설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안 좋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