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세계시장 주도.. 메모리반도체 '콘크리트' 점유율 50% 육박 공장 1곳 세우는데 20조·기술개발 속도 LTE급.. 中정부 반도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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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경제DB.


    모진 비와 바람에도 뿌리가 굳건하면 나무는 쓰러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한국 경제를 지탱시켜줄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뿌리 산업은 단연 '반도체'다. 중국에서 몰아치는 '짝퉁·저가 공세'를 비롯해 경쟁기업의 다양한 견제로 국내 대부분의 산업이 휘청거릴 때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28일 반도체가 왜 한국경제 우등생인지 입증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지난 한 해 동안 매출액 17조1260억 원, 영업이익 5조1090억 원, 순이익 4조1950억 원을 올리는 등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반도체기업의 맏형 삼성전자 역시 29일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지난 4분기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찍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5조2000억원 가운데 반도체사업부가 절반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 반도체가 '승승장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 기술력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둘러쌓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흔들림 없는 성장 비결이다.

    실제 반도체 산업의 경우 중국기업은 물론 신생기업이 뛰어들어 새로운 경쟁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구조로 짜여 있다. 생산 공장 하나를 세우는 데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등 비용 부담을 견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한 반도체공장에서는 생산 라인 한 줄을 깔기 위해 15조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각종 장비와 인력 등 인프라 비용을 합치면 무려 20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여됐다. 그럼에도 해마다 신기술 개발이나 장비 구입 명목 등으로 많게는 수천억원씩 돈을 더 넣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곳간이 차고 넘쳐도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려면 기업만의 고유 기술을 확보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특허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수준의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 속도를 따라가는 일도 쉽지 않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해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80나노(1나노는 10억 분의 1m)대 D램 공정을 20나노 라인으로 바꾸는 기술혁신을 이뤄냈다.

    D램은 얼마나 빨리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느냐가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나노 수가 작을수록 D램 속도는 빨라진다. 삼성전자는 이 부문에서 경쟁사 대비 1.5년 이상 기술력이 앞서있다.

    낸드(NAND)플래시 역시 업계 최초로 수평으로 쌓던 방식을 버리고 3차원 수직 적층 구조로 갈아탔다.

    메모리 반도체는 D과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낸드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을 기준으로 기술력 차이를 가늠한다. 보통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Cell)을 몇 단까지 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처럼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올리기 때문에 그 형태를 본 따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V낸드)'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4단을 뛰어넘어 32단 V낸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중 20나노 초반대 D램 미세공정 개발을 완료할 목표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강자들이 기술개발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기다려주지 않는 이상 후발주자가 치고 들어갈 구멍은 크지 않다.

    선두권을 쫒아가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점은 반도체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10여 년 전 20곳이 넘던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이 현재 10여개 안팎으로 정리됐다. 기술개발 속도를 못 따라간 탓이다.

    돈벌이가 된다 싶으면 자국 기업에 과감한 예산 폭탄을 동원해 지원사격에 나서는 중국정부가 아직 반도체 부문만큼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까닭도 이 같은 시장 상황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설계나 설계를 받아서 찍어 내주기만 하는 '파운드리' 정도는 중국기업이 할 수 있겠지만 삼성처럼 종합적으로 설계와 생산을 함께하긴 어렵다"며 "반도체는 앞으로도 우리 경제에 가장 큰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스마트 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메모리반도체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면서 "모든 나라와 기업이 욕심낼 만한 시장에서 우리기업이 1, 2위에 나란히 올라있다는 점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마치 양궁과 같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우리나라 1, 2등이 세계시장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대해 미래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진정한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 등은 '짝퉁'을 앞세운 중국기업에 고전하고 있지만 메모리반도체는 돈과 기술력, 사람 등 모든 요건이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기업의 독주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해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이 16.0%, 낸드플래시가 12.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부문에선 점유율 30%로 1위에 올라있다.

    SK하이닉스도 D램은 2위, 낸드플래시는 5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한국 기업의 D램 점유율을 합치면 70%에 육박한다. 전체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와 시스템 부문으로 양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