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국가적 봉사와 책임은 사업의 길에 투신하는 것"선대 회장 경영 철학 삼성그룹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이정표
  •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그룹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그룹

     

    삼성그룹의 시초가 된 삼성상회 복원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오늘로 탄생 105주년을 맞았다.

    1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호암은 지난 1910년 2월 12일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87년 11월 19일 7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초석을 마련했다.

    호암은 1930년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귀국 후 일제 강점기 시대에 민족경제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무역업을 통한 사업보국의 뜻을 펼치기 위해 1938년 3월 대구에서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삼성상회의 성공에 힘입어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세워 수입대체산업을 육성했으며 1960년대에는 비료, 전자, 유통, 의료, 섬유, 국토개발산업에 뛰어들고 1970년대에는 수출증대와 함께 중화학 공업과 방위산업, 1980년대에는 전자, 항공, 정밀, 화학 등 기술산업을 육성해 대한민국 경제 근대화를 주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업적을 기려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그룹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그룹

     

    이 선대 회장은 '사업보국'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50여년에 걸친 기업가로서의 생애 동안 이를 실천해왔다.

    지난 1976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보에서 호암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에 있다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나의 국가적 봉사와 책임은 사업의 길에 투신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각성은 그 후 기업을 일으키고 그것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일관된 나의 기업관이 되어 왔다."고 전했다.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은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 해방 이후 국가경제의 건설에 이바지하고 민족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신념을 평생에 걸쳐 실천한 것이다. 

  •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좌)과 이건희 삼성 회장(우) ⓒ삼성그룹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좌)과 이건희 삼성 회장(우) ⓒ삼성그룹

     

    사람 위주의 경영도 호암이 오랫동안 신조로 실천해 온 삼성의 경영이념이자 경영의 지주로 평가받고 있다. 호암은 사업이란 단지 사람을 활용해 이윤을 남기는 것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야말로 사업을 가능케하는 원동력이며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다.

    삼성이 1957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공개채용제도를 채택했다. 호암은 혈연이나 지연, 학벌에 관계없이 숨은 인재를 찾으려 했고 회사에 아무리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라도 신입사원 면접만큼은 빠지는 일이 없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까다롭게 인재를 고르지만 일단 발탁한 사람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고, 한 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 호암의 경영철학이었다.

    삼성종합연수원 로비에 걸려있는 친필 현판에는 "국가와 기업의 장래가 모두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이다. 이 진리를 꾸준히 실천해온 삼성이 강력한 조직으로 인재양성에 계속 주력하는 한 삼성은 영원할 것이며 여기서 배출된 삼성인은 이 나라 국민의 선도자가 되어 만방의 인류 행복을 위하여 반드시 크게 공헌할 것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그룹
    ▲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그룹

     

    호암은 합리추구를 삼성의 경영철학 중 하나로 추구했다. 삼성의 인재에게 공정한 승진 기회를 주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정당한 보수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삼성그룹 특유의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도 호암에서부터 비롯됐다. 호암은 작은 공도 상 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신 작은 잘못에 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뿐만아니라 호암은 각사 사장에게 회사 경영을 분담시키고 자신은 경영 운영 원칙과 인사의 대본만을 맡는 등 업무 영역을 철저히 구분했다. 1960년대에는 외부 전문가에 의한 그룹 각사의 경영진단을 정례적으로 실시해 경영 조직의 합리화를 계속 추진해왔다.

    또 장단기 경영계획 제도를 도입해 각 기업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하고 매월 계획대비 실적을 평가함으로써 기업체마다 목표달성을 위해 유효적절한 대응, 노력을 경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비롯한 첨단 정보 시스템을 도입해 경영의 선진화를 이룩했다. 현재는 상식화된 경영수법이지만 당시에는 삼성이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경영 방식으로 주목 받았다. 

    이같은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은 현재까지도 삼성그룹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을 포함한 CJ와 신세계그룹 등 범삼성가는 호암의 탄생일에도 별다른 공식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계획이다. 보통 호암 기일에는 제사를 지내고 추모 행사 등을 열지만 탄생일에는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호암 탄생 100주년 당시에는 경제발전과 문예진흥에 대한 호암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국제학술포함과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