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통3사 구글월렛 선탑재 결정도 고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경제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경제DB

     

    삼성전자가 지난 19일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인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 직후 이재용 부회장과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의 회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나서 삼성전자의 핀테크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 페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경쟁 서비스인 애플 페이, 구글 월렛과의 충돌이 예상되는 등 모바일 결제 시장의 패권을 놓고 치뤄질 한판 승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삼성페이가 애플페이, 그리고 구글월렛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루프페이 인수를 발표한지 5일만에 미국의 4대 전국 이동통신사 중 3곳이 자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구글 월렛'을 선탑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이 루프페이를 인수하기로 밝힌 직후, 업계에서는 삼성과 애플간의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췄으나 구글 월렛이 더욱 막강한 경쟁상대로 떠오른 것이다.

    구글 결제부문 부사장 애리얼 바딘은 버라이즌, AT&T, T-모바일 US와 이들의 모바일 결제 기술 컨소시엄인 '소프트카드'와 제휴해 구글 월렛을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고 23일(현지시간) 구글 커머스 사업부 블로그(googlecommerce.blogspot.com)를 통해 밝혔다.

    버라이즌, AT&T, T-모바일은 미국 이동통신 선불·후불 가입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4대 이통사 중 이번 제휴에서 빠진 스프린트의 시장점유율은 10% 미만이다. 즉, 미국 이통사를 통해 공급되는 안드로이드폰 대부분에 구글 월렛이 선탑재된다는 의미다. 안드로이드 버전 4.4 '킷캣' 이상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이통사들이 구글 월렛 선탑재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삼성이 준비 중인 삼성페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 루프페이 홍보영상 ⓒ유투브 캡처
    ▲ 루프페이 홍보영상 ⓒ유투브 캡처

     

    삼성이 인수한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을 바탕으로 모든 신용카드 리더기와 호환이 가능해 별도의 단말기 구매가 필요없다는 최대 장점을 갖고 있다. 루프페이는 이미 미국 내에만 1000만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애플페이의 경우 NFC(근거리무선통신) 전용 리더기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지만 루프페이는 추가 비용 없이도 상점 입점이 가능하다. NFC 기술은 도입된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미국 내 전체 상점 중 NFC 전용 리더기를 갖춘 곳의 비율은 5%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애플페이의 가맹점 수는 약 22만개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NFC 칩과 지문인식 시스템을 결합한 아이페이를 선보였다.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대고 지문 인식으로 신원 확인과 스마트폰 확인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해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보안성도 확보했다.

    애플페이는 별도의 결제 단말기를 추가 설치해야한다는 단점 때문에 보급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사용 건수와 금액은 빠른 속도르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애플은 금액 기준으로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미국 3대 신용카드사를 통한 비접촉식 결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삼성 루프페이가 애플페이보다 시장 선점에 더 유리한 인프라와 기술을 갖춘 것은 확실하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530억 달러에서 올해 4311억 달러, 2017년에는 721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예상보다 확산 속도가 느려 2017년까지 1억1500만개 NFC 휴대폰이 보급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모바일 결제액은 48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SA)는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당국은 기존 마그네틱 신용카드의 보안 취약점을 이유로 마그네틱 카드를 퇴출하고 있어 루프페이 기술의 국내 적용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당장은 아니지만 전세계적으로도 보안상의 이유로 마그네틱 카드를 대체할 IC카드 등 신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은 삼성이 눈여겨봐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삼성이 애플페이보다 더욱 견제해야 할 상대는 구글 월렛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과 구글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패권 다툼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선보인 구글 월렛은 최근까지도 이렇다할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주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대부분에 NFC 칩이 들어가는 등 하드웨어 보급은 빨랐지만 구글 월렛을 통한 결제는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 페이와 마찬가지로 결제 단말기의 보급이 더딘데다 사용자가 직접 암호를 임력해야하는 등 기존 플라스틱 카드보다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이통사들이 구글 월렛 선탑재를 결정하면서 구글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이통사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도 구글 월렛 선탑재를 요구할 경우, 삼성페이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 패권을 구글 월렛에 내주게 될 위험이 크다.

    특히 구글 월렛 선탑재를 삼성 측에 요구할 경우 삼성이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 또 어떤 전략으로 핀테크 시장을 공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S6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 개막 하루 전인 3월 1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15' 행사를 통해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를 공개한다. 갤럭시S6에는 삼성페이가 탑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