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번호판 촬영해 이동 경로 파악…하이패스 미장착 운전자 정보이용 동의절차 무시
  •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체계를 손질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량 운전자의 개인정보 동의가 필수적인데도 이에 대한 정보제공 동의 절차는 무시된 채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민자도로 타도 통행료는 목적지서 1번만…차량 번호판 촬영해 이동 경로 파악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중 한국도로공사, 9개 민자고속도로법인과 '민자도로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 도입을 위한 실시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은 고속도로 이용자가 일반 고속도로와 민자고속도로를 함께 이용할 때 중간정산 없이 통행료를 목적지에서 1번만 내는 요금 징수 체계다. 민자 고속도로에서 따로 통행권을 뽑거나 통행료를 정산하려고 중간에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


    민자고속도로는 별도로 요금을 징수하므로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차량이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와 민자도로를 함께 이용하면 통행료를 정산하기 위해 정차해야 한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갈 때 천안∼논산 민자도로를 이용하면 통행료를 내기 위해 3번 정차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받아 천안~논산 민자도로 풍세요금소와 남논산요금소에서 각각 통행료를 정산하고 다시 목적지인 호남고속도로 광주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내야 한다.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은 차량 번호판을 촬영해 고속도로에 들어온 차량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때문에 서울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받아 광주요금소에서 1번만 통행료를 내면 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서울∼춘천, 서수원∼평택, 평택∼시흥, 천안∼논산, 대구∼부산, 부산∼울산 등 6개 민자노선과 건설 중인 광주∼원주, 상주∼영천, 옥산∼오창 등 3개 민자노선에 시스템이 적용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로공사에서 시스템 구축에 450억원쯤을 선투자한 뒤 민자고속도로 운영과정에서 절감되는 인건비 등 관리비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라며 "통행료는 따로 설치되는 통합요금 정산소에서 도로공사와 민자도로법인이 사후 정산하게 된다"고 밝혔다.

  • ▲ 고속도로.ⓒ연합뉴스
    ▲ 고속도로.ⓒ연합뉴스


    ◇하이패스 미장착 운전자의 개인정보 수집 필수…국토부 일괄 처리 때 논란 예상


    새 통행료 체계는 하이패스 단말기 미장착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도로공사와 민자도로 법인이 요금을 사후 정산하려면 차량 번호판을 촬영해 운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야 하므로 운전자 위치 정보 수집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면서 별도의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유료도로법을 고쳐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와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법 개정 이후 개인정보 수집에 관해 운전자 개개인의 동의를 어떻게 받을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고 있다. 법 개정만으로 모든 하이패스 미장착 차량 운전자의 개인 위치정보를 임의로 수집해 이용하겠다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고속도로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목적이더라도 혜택을 보는 대가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 혜택을 누릴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운전자가 판단해 선택하게 해야지 정부가 멋대로 일괄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이패스가 편리하지만, 장착 여부는 고속도로 이용 빈도나 처지에 따라 개인이 결정할 몫이지 정부에서 모든 차량 운전자에게 장착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견해다.


    운전자 중에는 업무상 불가피하게 국도 대신 민자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에서 법 개정을 통해 임의로 시스템 적용을 강제하면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해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은 하이패스 미장착 차량이 대상인데 이들 운전자로부터 일일이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기가 곤란한 실정"이라며 "만약 개인정보 이용이 문제가 된다면 시스템 도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